시를 읽는 오후 2

최영미, ‘시를 읽는 오후’ 중 두 시인의 시를 보며 든 생각 하나.

최영미, ‘시를 읽는 오후’ 중 두 시인의 시를 보며 든 생각 하나. 선거가 끝난 후, 아직도 뉴스를 보기가 싫습니다. 최선의 인간들은 신념을 모두 잃었고, 최악의 인간들은 강렬한 열정에 사로잡혀 떠들어대는 믿기 어려운 말들이 싫어서입니다. 우리는 정치에 민감한 국민입니다. 독재권력이 휘두르는 방망이에 매 찜질을 당하고 입을 봉했던 내 젊음의 거짓된 나날이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서슬 퍼런 권력이 백주 대낮, 햇빛 속에서 잎과 꽃들을 마구 흔들었지만; 구부러지더라도 부러지지 않아 이제 나는 진실을 찾아 시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결심입니다. 권력의 하수인의 꾐에 빠져 그대가 우리 깊게 맺은 언약을 지키지 않았기에 다른 이들이 내 친구가 되었으나; 그래도 내가 죽음에 직면할 때나, 잠의 꼭대..

매일 에세이 2022.05.06

시를 읽는 오후, 최영미 지음, 해냄 출판

시를 읽는 오후, 최영미 지음, 해냄 출판 인간을 파괴시키려거든 예술을 파괴시켜라. 가장 졸작에 최고 값을 주고, 뛰어난 것을 천하게 하라.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문장이랍니다. 글을 써서 먹고살기를 희망하던 시인은 블레이크의 통찰에는 공감하면서도 문단의 아웃사이더인 본인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여간 마음에 금이 간 사람들은 긁어댔던 사람들과는 달리 상처가 쉽게 낫지 않습니다. ‘맞은 놈은 발 뻗고 자지만, 때린 놈은 못 잔다’는 옛 속담은 들었을 당시에는 그럴듯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때린 놈을 비난하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백 번을 양보해서 어쩌면 옛날에는 사람들의 양심이 살아있어 혹여 때리고는 후회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돈 주고 때리고, 때리..

매일 에세이 2022.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