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2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소설집. 창비 간행

책을 펼치자마자 ‘안녕 주정뱅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찾았다. 소설집의 제목은 보통 작가의 소설 중 하나를 표지에 옮기는 것으로 여겼는데, 어제 읽었던 ‘아직 멀었다는 말’과 같이 한 책에 모은 소설들을 관통하는 의미를 담은 듯했다. 술을 먹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다. ‘봄밤’의 영경은 이혼 후 양육권을 가진 아이를 시댁에 빼앗기고 마시기 시작한 술에 의해 알코올중독과 간경화, 심각한 영양실조를 얻었다. 자신도 억제할 수 없는 술에 대한 집착으로 결국은 알코올성치매에 빠진다. ‘삼인행’의 주란과 규 부부와 같이 여행을 간 훈은 숙소에서 햄버거를 안주로 술을 먹는다. 여행에서 돌아가는 길에서는 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중에 식당에 들러 소주를 마신다. 집에 다시는 돌아가..

매일 에세이 2023.01.19

이 시대의 사랑. 최승자 시집. 문학과지성사 간행.

198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문학가. 최 승 자 시인. 시를 읽는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 시인이 살았던 시대가 정치, 사회, 문화 어떤 면에서도 억압과 통제에서 자유스럽지 못한 시대였습니다. 1952 년생이니 가장 젊은 시절에 가장 어두운 시대의 골목길을 목격하였을 터, 어떤 저항도 무기력하게 느꼈을 그 당시, 예민한 수신기를 가진 시인의 고통이야 우리 같이 둔감한 사람에게는 인식의 범위 밖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시가 이토록 읽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매일 몇 편의 시를 읽다 지치면 책을 덮고는 다음 날을 기다려 읽기를 반복했습니다. 문학이란 것이 부조리한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고는 새끼손가락만큼도 없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기억납니다. 부조리를 고발하는 문학의 힘은 조그만 방에서 하는 자위 정도로..

매일 에세이 2022.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