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소설집. 창비 간행

무주이장 2023. 1. 19. 12:18

 책을 펼치자마자 안녕 주정뱅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찾았다. 소설집의 제목은 보통 작가의 소설 중 하나를 표지에 옮기는 것으로 여겼는데, 어제 읽었던 아직 멀었다는 말과 같이 한 책에 모은 소설들을 관통하는 의미를 담은 듯했다. 술을 먹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다.

 

 봄밤의 영경은 이혼 후 양육권을 가진 아이를 시댁에 빼앗기고 마시기 시작한 술에 의해 알코올중독과 간경화, 심각한 영양실조를 얻었다. 자신도 억제할 수 없는 술에 대한 집착으로 결국은 알코올성치매에 빠진다. ‘삼인행의 주란과 규 부부와 같이 여행을 간 훈은 숙소에서 햄버거를 안주로 술을 먹는다. 여행에서 돌아가는 길에서는 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중에 식당에 들러 소주를 마신다. 집에 다시는 돌아가지 못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염없이 마신다. ‘이모에서 결혼할 때 존재를 듣지 못했던 이모의 삶을 무겁게 눌렀던 굴레는 그녀가 대학 1학년 여름에 아버지가 술에 취해 객사하는 바람에 가장 역할을 떠맡으면서 어깨에 채워진다. 이모의 삶에서 술은 빠질 수 없었다. 성가시고 귀찮았던 이모의 삶이었다.

 

카메라에서는 관주와 헤어진 문정이 관주의 소식을 그의 누나에게서 듣는 장소가 술집이다. 면이 불어 터진 골뱅이무침 접시를 치우고 새로 치킨을 시키지만 안주에는 둘 다 손을 대지 않고 술만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고, 술잔 앞에서  이야기를 듣는다. ‘역광에서는 신인작가인 주인공은 커피잔에 소주를 부어 마신다. 그녀의 환상을 우리는 듣는다. ‘실내화 한 켤레’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만난 세 명의 친구들은 클럽에서 마시고 집에서도 마신다. ‘에서는 예연이 무시로 부딪히는 폭력을 만나는 곳 중 하나로 맥주집이 등장한다. 남자 강사는 2차를 가자는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는 예연에게 말한다. “, , 가세요 들. 가라고, 씨발. , 기분 개 같네!” 예연은 반듯하다고 생각한 인태가 전화통화를 하는 걸 우연히 듣는다. “그년 그거 미친년 아냐? 그년은 미친년이고 그년한텐 그래도 된다고. 뭐냐, 이게? 뭐냐고, 씨발!” 생각지도 못했던 인태의 폭력성에 예연은 그를 피한다.

 

 주정뱅이들에게 하는 작별의 인사말이 안녕 주정뱅이였다. 주정뱅이들을 비난하려고 그래서 보기 싫다고 작별의 인사를 전하는 말은 아니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비극적인 삶에 처한다. 그것을 견뎌내기 위한 노력 중 하나의 물질이 술이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꼴 보기 싫으니 이젠 안녕하자는 말이 아니었다. ‘고통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하는주체의 주정뱅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말이자 공감의 말이었고 진실한 말이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문학이 위로가 아니라 고문이어야 한다는 말도 옳은 말이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문학이 위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고통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의 말이기 때문이고 고통받는 사람에게는 그런 사람의 말만이 진실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번 책에서 권여선의 소설은 고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의 표정을 짓고 있다.”

 

 술을 마시기 위해 거짓된 내용을 연기했다는 작가, 어떤 술자리에서도 결코 먼저 일어나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작가는 술을 마시고 사람들의 아픔을 보았다. 매일 저녁이면 술을 마시는 것으로 짐작되는 대통령은 술을 마신 후 누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이렇게 쓰니 문장 하나의 글이 문학이라 불리지 못할 것임에도 고문이다. 술이 당기는 날이다.

젠장이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