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3

아연 소년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박은정 옮김 2.

아연 소년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박은정 옮김 2. 세상에 악을 확장시키지 않으면서 어떻게 악의 한가운데를 지나가지?(S. 알렉시예비치의 법정 증언 중에서) 강풀의 웹툰 ‘조명가게’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강풀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만화였는데, 이게 처음에 볼 때 제법 무서웠습니다. 어두운 골목을 통과하고 조명가게를 가는데, 보는 저도 그 골목에 들어서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강풀이라는 작가는 무척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그린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런 호러물도 잘 그리는구나 감탄을 하던 중, 조명가게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역시! 하고는, 감복했습니다. 유령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그의 자질과 성품에 감복했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그의..

매일 에세이 2022.06.22

아연 소년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박은정 옮김.

우리는 증오 없는 삶은 살지 못합니다. 증오 없이 사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알렉시예비치의 법정 진술 중에서) 윤석열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진보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양산 시골마을의 시끄러운 집회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도 시위가 허용되는데 뭐 법과 원칙에 따라 어디서나 시위는 할 수 있다는 뜻의 말을 하자, 윤 대통령이 전 대통령의 양산 시골집 앞에서 일상적으로 있는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는 집회를 허용하고 장려하는 태도라고 생각하여 맞불을 놓는다고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보수라고 자칭하는 사람들도 같이 그들의 맞은편에서 집회를 열고 있답니다. 이래저래 윤 대통령의 집 앞은 더욱 소란합니다. 대통령의 말마따나 모두 법과 원칙에 따라 하길 바랍..

매일 에세이 2022.06.21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박은정옮김. 문학동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박은정 옮김. 문학동네 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 측 피해는 전사자가 2천만 명이 넘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검색 결과 소련의 사망자 수는 2900만 명이라고 합니다. 2900만 명의 생명이 남긴 이야기는 각각의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들이었을 것입니다. 거기에다 이들 사망자의 가족들이 남긴 이야기를 합치면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도 다 듣지 못할 파란색, 붉은색, 노란색의 형형색색 이야기들일 것입니다. 인간의 생명이 소멸하는 전장의 이야기는 지금도 장엄하고 진지합니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소설과 영화, 드라마들로 나오고 있습니다. 전장의 영웅담도 있고, 적군의 간악함을 고발하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이 이야기들의 ..

매일 에세이 2022.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