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힘 2

빈 옷장.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1984BOOKS 간행

이 책과 함께 읽고 있는 책이 안희연 시인의 산문집 “단어의 집”입니다. “빈 옷장”을 읽고 난 후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안 시인의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모두 정성과 사랑으로 기도로 길러진 존재들이다.” (125쪽)  과연 그럴까요? 얼마 전 뉴스에서 30대의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40대의 아들도 아버지를 죽였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은데, 같은 소식을 제가 잘못 들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이유는 ‘아버지의 폭력’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자기를 향한 아버지의 폭력에 대항했다는 설명입니다. 너무 극단적이 예인가요? 키운 부모와 양육된 자식 간에 오해는 늘 있습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지푸스의 돌처럼 부모와 자식의..

매일 에세이 2024.11.07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장편소설. 문학동네

1956년부터 1962년 일곱 해를 살았던 시인 백석(백기행)을 작가 김연수는 소설로써 기억합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정체성을 가집니다.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두리번거리며 당황하게 됩니다. 백석이 시를 쓴 마지막 기간이 1956년부터 1962년이었다고 합니다. 일곱 해의 마지막, 1962년에서 김연수의 이야기가 끝나는 이유입니다(백석은 1996년 사망했다고 합니다). 백석은 1912년 태어났고, 1996년 북한에서 죽은 시인입니다. 동족이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하던 전쟁통, 낙동강 전선까지 참전하여 인민군 종군기자로서 기사를 썼던 백석은 전쟁 후, 이념의 칼날이 사람을 난도질하는 북녘에서 시인으로서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를 기억하며 작가 김연수는 ‘일곱 해의 마지막’을 기억..

매일 에세이 2024.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