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26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소설, 문학동네 출판 3.

사랑이 한 일 제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닐 때, 폭력적인 선생님이 많으셨지요. 어떤 분은 문패를 만드는 나무를 이용해서 뺨을 때리거나, 아예 도구는 사용하지 않으시고 손목시계를 푼 뒤 권투를 하던 분도 있었고, 격투기를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박봉에 시달리면서 집에서는 아내의 바가지를 들어야 했고, 학교에서는 말을 듣지 않는 사춘기 소년들과 시루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었다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간혹 학생을 훈육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 몽둥이에 ‘사랑의 매’라고 턱도 없는 문구를 새긴 선생님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의 행위는 ‘사랑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당시가 아니고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든 생각일 뿐이지만, 이해를 한다고 끝나는 일도 아닙니다. 아직도 눈에 선한 선생님들이 ..

매일 에세이 2022.09.02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소설, 문학동네 출판 2.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소설, 문학동네 출판. 하갈의 노래: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확인할 수 있는 게 믿음일까? 성경의 구약을 읽으면 공의로운 하나님이란 표현을 하지만, 실상은 징벌의 하나님을 자주 봅니다. 하도 유대인을 사랑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방인의 다른 하나님을 따르는 유대인들에게는 참지 못하고 벌을 내립니다. 창세기에서는 노아의 가족과 노아의 방주에 탄 짐승들을 제외하고는 몽땅 물귀신을 만들어 버리시지요. 소돔과 고모라에는 유황불을 내려 다 타 죽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불타는 성을 돌아보면 그 사람은 소금기둥으로 만들지요. 무서운 하나님이어서 그런지, 저는 이런 하나님이 늘 불만이었습니다. 너무 사랑하면 집착이 생기고, 집착이 심하면 탈이 나지요. 전지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

매일 에세이 2022.09.01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소설, 문학동네 출판 1.

소돔의 하룻밤: 롯 아내의 진술. 이승우 작가의 소설입니다. 창세기 아브라함의 자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성경을 번역했다고 소개합니다. 그러나 번역자의 시선은 성경을 기록한 자의 시선과는 다릅니다. ‘작가의 말’입니다. “내 번역의 방법은 인간의 마음으로, 즉 소설을 통해 신의 마음, 즉 믿음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었다” 성경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누가 듣느냐에 따라서도 이야기는 다양해집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고, 읽은 후, 전해주는 이야기도 다채롭습니다. 저는 작가가 인간의 마음으로 접근하면서도 빠뜨린 사람을 통해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롯의 아내의 시선입니다. 남편은 삼촌인 아브..

매일 에세이 2022.08.30

안정한 날,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안정한 날,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마음속에 있는 어떤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듯, 어떤 감정을 표현했다고 해서 그 감정이 있다고 확신을 할 수도 없습니다. 감정의 표현은 그것이 입을 통하여 나오는 말이든지, 몸의 근육을 사용하여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므로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되지 못한 감정을 있다고 할 수도 없다는 말입니다. 분명히 있다고 느끼면서도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면 몸이든 마음이든 혼란이 찾아올 것이 분명합니다. 주인공은 여동생의 억울한 피해와 그로 인한 자살에 대하여 분노를 느끼지만, 제도권에서는 피해를 보상받지 못함을 알고 ‘어린이용 야구 배트’를 사용하여 개인적인 복수를 합니다. 두들겨 팼지요. 그러나 피해자가 가진 권력은 가해자를 협박하여 외국 생활을 강..

매일 에세이 2022.08.18

강의,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강의,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사금융기관의 높은 금리를 서민들을 위하여 낮추겠습니다. 연 24%의 금리가 너무 높아요” “금리를 다시 더 낮추면 이제 서민들은 합법적인 사금융 시장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어둠 속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높은 금리를 낮춰야 한다거나, 그럴 수 없다거나 바보상자 속 거짓 예언자들을 통하여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 정책은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없애주려는 선의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한 번도 사금융 시장에서 돈을 빌려 본 적이 없어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저 대화 속에 사람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한참을 읽고 있어도 짐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습니다. 작가가 잡은 손이 물귀신의 그것처럼 벗어날 수..

매일 에세이 2022.08.17

복숭아 향기,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복숭아 향기,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그렇게 진지한 물음이 아님에도 몇 번의 질문, “어떤 과일을 좋아하세요?”의 대답은 “복숭아”라고 했답니다. 그저 시간을 때우거나, 어색한 분위기를 못 이겨 가볍게 한 질문일 수 있음에도 답은 늘 복숭아라고 했다는 말입니다. “어떤 과일?”이라는 질문에 “복숭아”라고 대답하겠다고 준비한 것도 아닌데 그랬다는 말입니다. 이거 복선이지요? 어머니에게서 들은 것으로 기억하는 아버지가 다녔다는 신문사가 있는 M시, 그곳을 단 한번도 가지 않았다는 얘기에 뭐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넘어가는 나를 보면서 ‘참 소설 쉽게 읽는다’는 질책을 했습니다. 일가붙이라고는 어머니의 오빠인 외삼촌뿐이다는 것에서도 진지하게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건듯건듯 이야기를..

매일 에세이 2022.08.16

모르는 사람,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모르는 사람,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하찮은 것에 간절해지지 말자는 말을 하찮은 것에 간절해지는 나를 향해 주문처럼 하곤 했다.’ 책의 차례도 나오기 전에 책의 시작에 한쪽을 할애한 글입니다.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가 기독교를 소재로 해서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저 주문을 나도 기도하면서 했던 기억도 있었을 것 같다는 기시감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첫 소설 ‘모르는 사람’에서 저 글을 찾아내고는 ‘참 잔인한 문장이구나’ 반전이 있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꿀처럼 달디단 신혼을 보내고 나서, 아이를 낳고, 아이를 기르고, 지지고 볶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초로에 접어든 저도 한때는 모든 것이 하찮은 것 같았고 하찮은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하찮은 것의 ..

매일 에세이 2022.08.16

저만치 혼자서, 김훈 소설, 문학동네 중에서 ‘저녁 내기 장기’

저녁 내기 장기 ‘1947년생이면 68이란다. 지금은 76이겠다.’ 이춘갑이 68이든 76이든 이춘갑의 인생이 별다른 게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시큰둥하다는 표현이 그럴듯한 지, 아님 무던하다고 해야 하는지 조금 생각하게 합니다. 이춘갑이 과거와 현재를 둘러보고 얼마 남지 않은 미래까지 고개 한 번 돌리듯 쉽게 일별하는 모습에서 저는 인생의 경륜을 봅니다. 경륜이라고 하면 대통령이라고 뽑았더니 바보짓을 하는 덜 떨어진 경륜이 아니라 인생의 지름과 둘레를 말하는 것입니다. 엊그제 개방된 북악산을 올랐더랬습니다. 서울의 중심지고 개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선지 젊은이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맞은편에서 오던 젊은 처자 넷이 두런두런 말을 이으며 오고 있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말이 아가미에 산소가 걸리듯이..

매일 에세이 2022.06.30

저만치 혼자서, 김훈 소설, 문학동네 중에서 ‘손’

손 고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후배랑 같이 부산 금강원 동물원을 갔습니다. 그 시절 그래도 금강원 동물원이 제법 유명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물개 우리가 있고, 하루에 몇 번 먹이를 주는 조련사에 의해 쇼를 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후배와 같이 핫도그를 하나씩 입에 물고 지나가다 들른 곳이 원숭이 우리였습니다. 사람이 오면 울타리 쪽으로 다가와 먹이를 원하는 것이 눈망울에 소망이 가득했습니다. 먹다 반쯤 남은 핫도그를 손잡이 쪽으로 건넸습니다. 원숭이의 손이 핫도그의 손잡이를 잡을 때, 손아귀가 막대기를 빈틈없이 쥐고, 당기는 힘의 절실함에 깜짝 놀랐습니다. 원숭이의 손은 사람의 손과 다름없었습니다. 핫도그를 쥐는 원숭이의 손과 후배의 손을 잡고 싶은 나의 손은 똑같이 갈망의 도구였습니다. 철호에게 강..

매일 에세이 2022.06.28

저만치 혼자서, 김훈 소설, 문학동네 중에서 '명태와 고래'

명태와 고래 1. 이춘개 사건 개황 원적이 강원도 어래진인 이춘개는 1950년 원적지 어래진에서 강원도 향일포로 피난을 하여 정착한 이주민이다. 이춘개의 소유인 서른 자짜리 연안 자망 어선인 ‘어래호’의 선주, 선장으로서 향일포에서 조업을 하는 자로 일상미상의 어느 날, 오후 3시께 향일포를 떠나 명태를 건지러 나간 후, 다음 날 새벽 어래진으로 들어간 자이다. 어래호의 선원은 이춘개를 포함해 모두 4명으로 1차 심문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다 음 가. 어래호는 낡은 배로 엔진은 도요타 2기통 엔진을 장착했다. 나. 조업 당일은 늦은 오후부터 안개가 걷혀 시야는 양호했다. 다. 자정이 지나 조류가 세어지고, 새벽에 북동풍이 불어 조류가 북쪽으로 돌아섰다. 엔지의 힘으로 조류를 이기지 못했다. 라. 북쪽에..

매일 에세이 2022.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