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소설집 3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소설집. 한겨레출판 간행

인간이 태양계를 벗어나 이주를 하고 복제인간이나 기계들이 세상을 덮는 멀거나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는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에 의존합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단어들이 나옵니다. 로몬, 라이오니, 플루이드, 과잉사지증, 숨그림자, 인지 공간, 벨라타(행성명) 등 처음 만든 듯한 단어가 낯섭니다. 우주여행선 브라우니안(호)라는 이름은 제가 알지 못했던 이미 존재하는 단어입니다. 과거 책을 읽을 때는 엄두도 못 내던 검색을 요즘은 인터넷이 있어 쉽게 확인을 합니다. 김초엽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인터넷 검색이 필수입니다.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면서 만나는 새로운 인종과 사회는 지금으로부터 얼마나 먼 미래인지 알 수는 없으나 거기에도 종교가 존재하고 따라서 사제도 존재합니다. 연인이나 자매..

매일 에세이 2024.12.24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소설집. 허블간행 2

경제성은 인간성을 갈아서 만듭니다 우리 회사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습니다. 전문성이 없는 단순 근로자들입니다. E-9으로 분류된 근로자들입니다. 열심히 일을 하면 본국에서 버는 월급의 10배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먼 이국 땅에 가족들과 헤어져 근로를 제공합니다. 처음 입국하면 3년의 기간을 체류할 수 있고, 한 번 1년 10개월을 연장하여 줍니다. 모두 4년 10개월입니다. 젊은 나이에 갓 결혼을 하고 오는 경우도 있고, 일을 하다 잠깐 귀국하여 결혼을 하고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내가 딸을 낳았다면서 직접 보지도 만지지도 못한 아이의 사진을 휴식시간마다 보면서 혼자 울고 웃는 근로자들을 보게 됩니다. 훨씬 더 경제적인 근로자들이 웃는 날은 오늘은 아닙니다. 귀국하는 그날 이후라고 기대는 하지만 인..

매일 에세이 2023.09.21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소설집. 허블간행 1

인간다움의 발현은 과학의 역할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설, 공생가설 과학의 발전은 경이롭습니다. 과거 어떤 일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났는지를 알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 우리가 어떤 생활을 할 수 있을지는 현재의 과학 연구 과제들을 확인하면 어렴풋이 알 수 있습니다. 로켓을 만들더니, 우주로 나갑니다. 달에 착륙하더니, 태양계 바깥으로 우리의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과학의 힘은 정말 대단합니다. SF영화를 통하여 우리는 신기로운 이야기들을 접합니다. 영상기술이 발전하여 화면의 현실감이 현실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바닷속이 진짜 바닷속 같고, 우주가 정말 우주 같습니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은 그 끝이 어딜까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끝없는 발전이란 게 과연 가능할까, 그 발전은 우리..

매일 에세이 2023.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