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문하여 시인 중 나이 드신 분들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문단이라고 빨리 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자주 소개되는 분들도 역시 젊은 시인들이 대다수라서 그리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동갑내기 시인은 늙어 추한 모습을 보인 대가라고 여겼던 시인과 싸우느라 시가 숫돌에 갈려 날이 시퍼렇게 서서는 불의를 보면 깍둑썰기를 했습니다. 늙은 시인은 무기가 필요해 시를 쓰는 줄 알았습니다. 지지 말라고 응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이 들면 작품 활동이 뜸해지리라고 짐작한 것도 잘못임을 알았습니다. 이상국 시인의 시집 ‘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을 서가에서 뽑은 행운이 올 줄 몰랐습니다. 우선 십 수년의 세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시어가 편안합니다. 시어를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