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캐기 체험프로그램을 시연해보려고 며칠을 벼르다, 드디어 했습니다.
겨울이라 혹시 땅이 얼었을까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며칠 동안 날씨는 아침을 제외하고는
영상의 기온을 보여서 칡을 둘러싼 땅도 얼지 않았습니다.
소마실로 가기로 했습니다.
우리 마을을 찾아오신 손님들이 12시가 조금 덜 된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사무장 회의를
하고 있어서 급히 회의보고를 하고 먼저 자리를 일어났습니다. 점심대접을 하고 칡을 캐는 것을
프로그램화 하였습니다. 어차피 한 두 시간을 땅을 파야 하니, 힘을 쓸 수 있게 점심을 먹어야
하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마실의 닭이 희생되어야 합니다.
오른쪽 과수원 관리동이 보이는 곳에서도 몇 백미터를 더 올라가야 합니다.
소마실 촌장님의 소박한 집은 여기서는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촌장님이
키우시는 돼지와 닭, 염소 그리고 개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일단 먼저 손님들과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소마실 촌장님의 부인께서 준비 하신
음식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닭의 가슴살이 여기서는 퍼석거리지 않고 제법 쫀득한
식감을 보입니다.
소마실 촌장님의 야외식당에서 전을 펼쳤습니다. 나무 화로가 옆에 있어 비록 비닐로
벽을 막은 식당 공간이지만 춥지 않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촌장님이 직접 기른 닭입니다. 오늘 잡아 닭의 내장은 깨끗이 씻어
양념을 해서 구워 먹습니다. 닭 내장은 이곳이 아니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닙니다.
그리고 가볍게 소주 한 잔을 합니다. 원래 노동을 하려면 알콜의 힘을 빌리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오늘 오신 손님들은 알콜을 피하시려고 하시는 분들입니다.
아마도 과거의 아픈(?) 기억이 있으시겠죠?
소마실 촌장님 댁의 백김치와 김장김치외에는 특별한 반찬도 없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먹던 맛이 있습니다. 맛있다는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진심으로 들렸습니다.
점심을 먹고 소마실에 대한 이야기를 촌장님으로부터 들으면서 믹스 커피도 한 잔
했습니다. 그리고는 칡을 캐러 나갔습니다. 촌장님의 연장 창고에서 괭이도 삽도
빌렸습니다. 제가 가진 낫도 가져갔습니다.
낫으로 캘 칡의 넝쿨을 자르고 작업공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주변의 풀들과 나뭇가지를
쳐냈습니다. 그리고는 괭이로 쌓인 낙엽을 치우고 본격적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은 누구나 먼저 하기 싫지만, 체험은 누구나 먼저 하고 싶어 합니다. 허클베리 핀
이야기에서 톰이 나무담에 페인트를 칠하는 일을 하기 싫어 하다가, 아이들이 지나가자
재미있는 일인양 꾸며서 결국은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듯이 저도 오신 손님에게 일을
시켰습니다. 이 분의 작업솜씨는 대단했습니다.
노두라고 하나요? 칡의 뿌리부분 중 제일 위쪽부터 나오기 시작한 칡을 한 시간 반
정도 파내려가니 이렇게 칡이 노출되었습니다. 중간에 제법 큰 돌이 나왔으나
괭이와 삽으로 땅을 파서는 노출시켰습니다.
칡은 불행히도 옆으로 뿌리를 내리지 않고, 수직으로 밑을 향해 자라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칡을 끊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꽤 많은 양의 칡이 나왔습니다.
칡을 여기쯤에서 낫으로 자르고 작업을 종료했습니다. 우리가 칡을 캐느라 만들어진
구덩이는 다시 원상복구하였습니다. 물론 처음처럼 복구가 된 것은 아니지만 누가
푹 빠져 다치지 않도록은 정리 했습니다.
제법 많지요? 이렇게 캔 칡은 소마실 개울에서 깨끗이 씻고, 톱으로 가져가기
편하게 잘랐습니다. 그랬더니 이 정도의 칡이 나왔습니다.
한 입 베어 물어보니 칡 향기가 짙습니다. 오후 두 시간 남짓의 시간동안의 체험으로
남은 것입니다. 오신 손님들과 소마실 촌장님, 그리고 저도 나눠서 가져 왔습니다.
삐져서 말려 차로 달여 먹으면 그 향이 너무나 그윽하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다린 칡물을 밥물로 사용하면 밥맛이 칡 향기에 싸인 것이 대단하다고도 하셨습니다.
들은 말은 저는 실천을 합니다.
이렇게 하루가 정리되었습니다. 오늘 체험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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