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838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열림원 간행 3.

사랑은 고통으로부터 선생의 글 제목입니다. 심한 입덧을 경험한 아내를 보면서 시간과 함께 변한 자신의 소감을 소개합니다. 그러면서 사랑도 기쁨도 반드시 고통을 통해서만 얻어진다는 사실을 산모의 고통을 통해 깨달았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먹지 못하고 화장실의 변기에 머리를 박고 먹은 것도 없는 위장을 계속 비우는 고통의 끝에 예쁜 아기가 태어나면 그동안 겪은 고통을 잊을 정도로 사랑이 넘친다는 것이지요? 정말 그런 지는 저도 알 수 없지만, 심한 입덧을 겪은 임부가 둘째의 임신을 거부하는 것을 목격하기는 했습니다. 선생의 감성이 아주 민감하여 아내의 입덧을 자신 또한 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긴 하지만 저는 선생의 이야기에서 억지스러움을 봅니다. 사실 입덧 만으로 당시 선생이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것은 아..

매일 에세이 2023.01.04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열림원 간행 2.

항상 모르는 게 있으면 알아야 하는 사람.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는 분. 이어령 선생의 글을 읽다보면 집요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생각을 하는 유일한 동물이 사람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도 있다는 생각에 저는 동의합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로 기억하는데, “사람이 사는 의미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스님이 하는 답입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없어요. 그냥 사는 것이지.” 우리가 태어난 이유를 누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 때문이라고 구라를 풀기도 했고, 철학이 사람의 삶을 나름 설명하기도 하지만 어미와 아비가 만나 만든 자식의 삶이라는 것이 어미와 아비가 당초 깊은 뜻을 품었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듯이 갓 태어난 조막만 한 아이가 무슨 뜻을 가졌겠습니까. 주어진 삶을 사는 것일 ..

매일 에세이 2023.01.04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열림원 간행 1.

“아빠, 굿나잇!” 딸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아빠, 책상에 머리를 조아린 채 정신 빠진 아빠에게 인사를 합니다. 하지만 아빠는 “굿나잇, 민아.” 건성으로 대답합니다.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새가 지저귀는 듯한 딸의 예쁜 모습을 보지도 않고 말입니다. 아빠가 뒤돌아보기를 기대했을 딸을, 안아주기를 바랐을 딸을, 굿나잇 키스를 해주길 원한 딸을, 새 잠옷을 보고는 “예쁘구나.” 얘기해주길 머뭇거리며 기다렸던 딸에게 아버지는 뒷모습만 보여주고 맙니다. “어린 시절, 아빠의 사랑을 받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제가 원했던 아빠의 사랑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였을 뿐이지 아빠는 저를 사랑했습니다.” 딸은 어느 인터뷰에서 아빠를 두둔했습니다만, 딸이 생각한 아빠의 사랑과는 달..

매일 에세이 2023.01.03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사회평론 간행 5.

모사를 넘어서 딸이 연기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딸이 한 번씩 자기 연기를 찍은 동영상을 올린 것을 숨어서 봅니다만, 아직까지 오디션에서 왜 떨어지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연기가 서투릅니다. 아이가 드라마를 보면서 나름 연기자들의 연기를 분석하고, 심리를 분석하는 훈련을 하기도 하지만 어린 나이에 이해가 그리 쉽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모사를 하는 수준이지요. 타고난 자질을 가진 연기의 천재가 없지는 않겠지만 제 아이는 그런 천재성을 가지지는 않았나 봅니다. 사실 아빠와 엄마가 자질이 없는데, 아이가 난데없이 선천적인 자질을 가질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아빠의 욕심일 것입니다. 저자는 동서양의 회화사에서 핍진한 묘사력을 과시한 그림을 소개합니다. 솔거가 그린 ‘노송도’와 플랑드르 회화의 대가인..

매일 에세이 2022.12.30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사회평론 간행 4.

슬픔으로부터 벗어나는 법 단테 신곡에서 소개하는 지옥을 그림으로 본 적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조그만 암자에서 낮잠을 자고는 일어나 벽에 붙은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도를 본 적도 있습니다. 신곡의 지옥도가 먼저 그려졌을 것이니 암자에 있던 지옥도가 신곡의 지옥도를 참조해서 그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단테가 말한 지옥도를 보면서 신선함을 따로 느끼지 못한 것은 아마도 어린 시절 제가 본 지옥도 때문일 것 같습니다. 거짓말을 한 자의 혀를 길게 뽑는 벌, 뜨거운 솥에서 삶아지는 중생, 불에 타는 사람, 맷돌에 갈려 가루가 되는 인간 등등을 눈이 튀어나올 듯한 나한들이 집행을 하는 그림으로 기억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겁이 났습니다. 저는 지금은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천국이나 지옥과 같은 이름..

매일 에세이 2022.12.30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사회평론 간행 3.

느린 것이 삶의 레시피다 회사를 운영하든, 나라를 운영하든 높은 자리에서 지시하고 명령하고 감독하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말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아 입은 닫고 주머니는 여는 신중한 분들을 간혹 모래에서 금을 찾듯 희귀하게 찾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말이 많지요. 말이 많은 것은 들어주기만 하고 들은 대로 행동하는 척만 하면 되지만 말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당황스럽고 황당한 상황이 일어납니다. 청지기로 유명한 분들은 모시는 분들의 모호한 말을 알아듣는 능력이 탁월한 경우가 많지요. 그런 사람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청지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청지기도 권력이 생기면 아래 것들에게 말이 많아지고, 배운 게 그것뿐이라 말도 구체성을 잃습니다. “권력자의 말이 선명하면 겁을 내지 않아요. 무슨..

매일 에세이 2022.12.30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사회평론 간행 2.

삶의 쳇바퀴를 사랑하기 위하여 로빈슨 크루소의 속편이 있다는 얘기는 이 책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과문이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숨길 일도 아니라고 믿습니다. 대니얼 디포가 속편에서 쓴 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 하는 사람은 일할 기운을 줄 양식을 얻으려고 매일 기를 쓰며 일한다. 그리고 그 일 하는 과정에서 다시 그 기운을 소진한다. 일하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일하는 슬픔의 쳇바퀴를 돌린다. 마치 매일의 양식이 노곤한 삶의 유일한 목적이고, 노곤한 인생 속에서만 매일의 양식이 얻어지는 것처럼.’ 대니얼 디포가 살던 18세기 영국은 이미 분업에 기초한 산업화와 상업화가 상당히 진행된 사회여서 분업화된 세계의 한 부속품으로서 사람들은 점점 더 노동과 삶으로부터 소외되었다고 합니다. 현대는 18세기 ..

매일 에세이 2022.12.30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사회평론 간행 1.

저자의 얼굴을 확인 않기로 했습니다. 책표지의 바로 뒷면에는 저자의 소개란이 보통 있습니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닙니다. ‘김영민’ 저자의 소개가 단출하게 있습니다. 저자 소개가 상세하지 않아 그(?)의 인생 역정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글을 읽는 데 별 지장도 다른 감흥도 없어 그러려니 하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음 글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블라우스가 정말 아름다운 옷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선뜻 사서 입지는 않는다.” 글을 발견하고 ‘저자가 여자인가?’ 갑자기 생뚱맞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이 거의 끝이 날 지점 261쪽이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저자가 남자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저자를 검색했습니다. 사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사진을 올리지 않은 것으로..

매일 에세이 2022.12.30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박문호 지음, 김영사 간행 3.

4. 1차 산소혁명 대기 중의 산소 분자는 지구 표층의 광물을 산화한다. 산소는 대기 중에 1% 정도만 존재하는데도 산소로 인해 지구 표면 대부분의 물질이 산화된다. 산소 원자는 6개의 전자를 가지기 때문에 전자 2개를 더 획득하면 불활성 기체인 네온의 전자 배치가 되어 안정될 수 있다. 그래서 산소 원자는 주변의 분자에서 전자 2개를 획득하지만 전자를 잃은 분자는 산화된다. 46억 년 전부터 20억 년 전까지 지구 대기의 주성분은 질소 분자와 이산화탄소 분자였다. 대략 36억 년 전부터 시작한 시아노박테리아의 물 분해형 광합성으로 20억 년 전부터 대기 중에 산소가 1% 정도 축적되었다. 지구의 자기장은 약 27억 년 전부터 시작되어 태양풍을 차단하는 등 지구 대기층의 보호막이 되었고, 약 24억 년 ..

매일 에세이 2022.12.23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공부. 박문호 지음, 김영사 간행 2.

3. 광물과 생물의 공진화 초기 지구의 표층에는 광물뿐이었다. 대기, 대양, 대륙 어느 곳에도 생물은 없었다. 최초의 생명체는, 대략 40억 년 전에 출현했다. 수소가 탄소와 결합해 다양한 탄화수소 분자들이 만들어지면서 탄소 중심의 생명 현상이 진화했다. 탄소와 탄소 원자가 공유결합하여 사슬 구조와 고리 형태의 탄화수소 분자들이 생성되고, 이러한 탄화수소 분자들이 세포 속 유기분자들의 골격 구조를 만들었다. 20억 년 이전 지구의 대기와 대양에는 분자 상태의 산소가 존재하지 않았고, 산소 호흡을 하지 않는 원핵세포만 존재했다.(이때가 시생누대) 원핵세포는 전자를 획득하고 전자를 방출하는 산화-환원 호흡으로 에너지를 만들었다. 지구에 오존층이 생성되지 않은 약 27억 년 이전 대륙에는 자외선 때문에 생명체..

매일 에세이 202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