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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엘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어크로스 간행 1

민주주의 기본 원칙 세 가지  아파트 동대표로 일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표 한 분이 아파트 외벽에 단지표시 조명을 하자고 제안을 하셨습니다. 외부에서 찾아오시는 방문객이 야간에 우리 아파트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당시 주변 아파트 단지들이 유행처럼 아파트 외벽 조명을 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탐탁지 않게 생각하였지만 워낙 강력하게 제안을 하셔서 관리사무소에서 기술 검토 및 견적을 받아보고 결정하자고 수정 제안을 하였습니다. 의외로 가격이 비싸고 나중에 보수도 까다롭다는 판단을 하여 다수결로 부결이 예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안을 하셨던 분이 워낙 강경하여 동대표회장과 몇몇 분이 부결을 하지 않고 다음 회의로 결정을 연기하였습니다. 다수결로 결정할 경우 부결이 확정적이었지만 제안자가 만든 분..

매일 에세이 2024.10.31

밝은 밤. 최은영 장편소설. 문학동네 간행

한때 소설 읽기를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고인이 되신 이외수 작가의 ‘꿈꾸는 식물’을 읽은 후로 기억합니다. 사창가의 포주인 형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그와 갈등하는 동생은 식물로 상징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형이 만든 우리를 태우며 탈출하는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완전범죄에 가까운 방화를 꿈꾸고 실행합니다.   문학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깨어졌습니다. 세상을 통찰하며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소설가는 세상을 개혁하는 요령을 깨치고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젊은 시절 약육강식 먹이사슬로 합리화되던 세상은 사실은 협잡과 사기와 공갈 폭력이 난무하는 부조리일 뿐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렇다면 소설은 무기력한 현실을 위로하는 진통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던 것입니다. 사람..

매일 에세이 2024.10.21

카사노바 호텔. 아니 에르노 지음. 문학동네 간행

글이 작가가 발을 딛고 사는 세상일에 무관한 듯 혼자 놀면 글만 화려해질 수 있습니다. 세상일과 떠나 글만 살게 된다면 글은 혼자 잘난 맛에 표현이 화려해질 것입니다. 예술의 진정한 목적은 아름다움이라는 사람들을 일컬어 탐미주의자라고 부릅니다.  헬조선 속에서 허덕이는 젊은이들이 사는 세상과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작가들이 사는 세상은 같은 세상입니다.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심미안은 놀랍기는 하지만 부럽지는 않습니다. 심미안을 가진 그들은 세상의 부조리를 보는 정의안(정의를 구별할 수 있는 눈을 이렇게 부르기로 합시다)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부조리를 아름다운 문학으로 설명하고 주장하고 설득하며 같이 아파하는 문학은 가능할 수 없을까요?  아니 에르노는 특별하게 분칠을 하지 않는 것..

매일 에세이 2024.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