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2

카사노바 호텔. 아니 에르노 지음. 문학동네 간행

글이 작가가 발을 딛고 사는 세상일에 무관한 듯 혼자 놀면 글만 화려해질 수 있습니다. 세상일과 떠나 글만 살게 된다면 글은 혼자 잘난 맛에 표현이 화려해질 것입니다. 예술의 진정한 목적은 아름다움이라는 사람들을 일컬어 탐미주의자라고 부릅니다.  헬조선 속에서 허덕이는 젊은이들이 사는 세상과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작가들이 사는 세상은 같은 세상입니다.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심미안은 놀랍기는 하지만 부럽지는 않습니다. 심미안을 가진 그들은 세상의 부조리를 보는 정의안(정의를 구별할 수 있는 눈을 이렇게 부르기로 합시다)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부조리를 아름다운 문학으로 설명하고 주장하고 설득하며 같이 아파하는 문학은 가능할 수 없을까요?  아니 에르노는 특별하게 분칠을 하지 않는 것..

매일 에세이 2024.10.18

노력의 배신. 김영훈 지음. 21세기북스 간행.

‘헬조선’ 유행어가 한참 동안 들렸습니다. ‘흙수저’가 살기에는 지옥 같은 나라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저도 젊은 시절 한때 인풋에 비례해서 아웃풋이 나온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하면 제가 희망하던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일단 이 믿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답을 하기로 하고, 헬조선에 살던 젊은이는 ‘노오력’에 대하여 큰 기대와 희망을 가지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경상도에서 쓰던 말로 “쎄빠지게” 애만 쓰다 지친 이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기왕이면 쓸데없는 ‘노오력’을 하지 않았으면 모르겠지만 실컷 애만 쓰다 지친 모습이라 안타깝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노력신봉공화국’이라 명명합니다. 모든 길은 노력으로 통하는 나라입니다. 잘못되면 노력이 ..

매일 에세이 2024.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