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2

밝은 밤. 최은영 장편소설. 문학동네 간행

한때 소설 읽기를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고인이 되신 이외수 작가의 ‘꿈꾸는 식물’을 읽은 후로 기억합니다. 사창가의 포주인 형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그와 갈등하는 동생은 식물로 상징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형이 만든 우리를 태우며 탈출하는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완전범죄에 가까운 방화를 꿈꾸고 실행합니다.   문학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깨어졌습니다. 세상을 통찰하며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소설가는 세상을 개혁하는 요령을 깨치고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젊은 시절 약육강식 먹이사슬로 합리화되던 세상은 사실은 협잡과 사기와 공갈 폭력이 난무하는 부조리일 뿐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렇다면 소설은 무기력한 현실을 위로하는 진통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던 것입니다. 사람..

매일 에세이 2024.10.21

독후감 :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장편소설, 문학동네.

독후감 :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장편소설, 문학동네. 제주 4.3 사건을 알게 된 것, 그리고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했던 것을 기억한다. 2003년의 일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여전히 4.3 사건의 발단이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가 시발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다시 득세했다. 다시 나라의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하여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것이 2018년 4월 3일이었다고 한다. 대통령의 사과가 2003년이었고 2018년에야 다시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참석하였으니 이 이야기는 15년의 세월이 촛불처럼 타고 나서야 이뤄진 것이다. 작가 한강은 ‘작가의 말’에서 ‘2014년 6월에 이 책의 첫 두 페이지를 썼다. 2018년 세밑에야 그다음을 이어 쓰기 시작했으니, 이 소설과 내 삶이 묶여 있..

매일 에세이 2021.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