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 싫은 과거를 회상하는 일, 남에게 보여주기도, 나조차도 보기 싫은 현실을 두 눈 뜨고 지켜보는 일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작가가 소설 속에서 아빠를 좀비로 만들고, 동생과 엄마를 죽일 수 있는 것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동기가 없는 살인은 소설을 끌고 갈 힘이 없습니다. 왜 죽였대? 하고 물으면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독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독자를 무시한 소설은 법을 무시한 독재자 거나 야당을 무시한 여당이 거나, 국회를 무시한 행정부와 같이 얼마동안 존재하다 사라질 이야기입니다. 어떤 작가가 금방 사라질 이야기를 겁도 없이 하겠습니까? 사람은 일상의 평온함을 기대합니다. 일상이 위태롭다는 반증이지요. 사고 소식을 접하면 간혹 저곳에 내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할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