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경기도로 이사를 온 첫 해 겨울, 눈이 펑펑 오는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도시라서 눈 내리는 걸 본 강아지가 뛰어다니는 건 보지 못했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강아지처럼 좋아라 했습니다. 당시 맥없던 저는 괜히 가장으로서 책무를 다 한 듯한 착각을 잠시 했습니다. 눈 내리는 게 제 능력과 하등 관계가 없는 것임에도 그런 생각을 해서 스스로 무안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인의 고향이 아마도 진포인가 봅니다. 그곳에 내리는 눈을 보며 시인이 쓴 시가 좋습니다. 왜 좋은 지 그런 건 묻지 마십시오. 그저 좋습니다. 소개합니다. 겨울 아야진 (박용래 운으로) 진포(津浦) 가에 내리는 눈은 버려진 그물 위에 내리고 횟집 간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기도 한다. 진포 가에 내리는 눈은 어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