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장편소설. 나무옆의자 간행

무주이장 2025. 3. 26. 17:10

 한길 건너 편의점이 있습니다. 구멍가게라 불리던 아주머니 할머니가 지키던 가게들이 모두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의 간판을 걸고 모습을 바꾸었습니다. 노름판에서는 돈 많은 놈이 이깁니다. 구멍가게가 견딜 재간이 없습니다. 자본주의가 꽃을 피우는 대한민국에는 편의점이 말 그대로 편의를 제공하며 즐비합니다. 서로 가까이 붙어 경쟁하는 편의점이 우리를 편하게 해 줄 것입니다. 편해야 할 편의점이 불편하다니 읽기가 불편합니다. 그래서 편한 편의점부터 먼저 얘기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책이 얘기하는 불편한 편의점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편의점에는 손님들이 찾는 상품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도시락을 예로 들면 박찬호 도시락도 있어야 하고 산해진미 도시락도 진열되어 손님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해야 합니다. 담배도 다양한 에쎄를 모두 갖추듯이 도시락도 그래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유통기한을 넘긴 도시락은 모두 버려야 합니다. 점원이나 간혹 찾아오는 노숙자들에게 유통기한을 넘긴 도시락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편의점 앞 간이 테이블에서 먹을 수 있게 하면 편의점을 찾아오는 다른 손님들이 불편합니다. 그러니 반드시 유통기한을 넘긴 도시락은 즉시 버려야 합니다. 그러면 유통기한이 남은 도시락을 제공하면 안 될까요? 매를 버는 말이 됩니다.

 

 진상손님이라도 편하게 모셔야 합니다. 사장이라도 절대로 진상이라고 차별을 하거나 다투면 안 됩니다. 점원은 죽어도, 절대로, 네버 안 됩니다. 시급을 받는 조건으로 감정의 소모는 견뎌야 할 일상입니다. 그래야 편한 편의점이 됩니다. 점원이 은근히 진상손님을 압박하여 진상을 부리지 못하게 하면 아무리 진상이라도 손님이 불편해집니다.

 

 삼각김밥은 허기를 채우는 역할만 해야 합니다. 매일 방구석에 틀어박혀 대화를 거부하고, 게임만 하며 밥만 축내는 30이 넘은 아들에게 한 끼를 때우는 용도로만 삼각김밥을 제공하여야 합니다. 삼각김밥에 게임할 때는 삼각김밥이 먹기에 편하지?” “엄마가 너의 얘기를 들어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 “이제는 네 얘기를 듣고 싶다는 편지를 끼워 아들에게 주는 삼각김밥은 아들을 불편하게도 당황하게도 합니다. 심지어 아들과 엄마가 평소와 달리 얼굴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편의점은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편의점 직원의 급여 충당이 목적이 되면 안 됩니다. 직원이 아이와 아내 딸린 가장이래도 안 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가난한 고학생이래도 안 됩니다. 사장이 돈을 못 버는데, 점원들이 급여를 받는 편의점은 사장의 가족들을 불편하게 합니다. 일하던 직원이 그만 둘 때는 쉽게 동의를 하시면 안 됩니다. 당초의 계약기간을 지키라고 푸시를 하셔야 합니다. 더 좋은 직장을 얻어 할 수 없이 나간다고 통보할 때는 같이 기뻐하는 게 아닙니다. 사장이 불편하다고 말을 해야 합니다.

 

 길 건너 한집씩 있는 편의점은 편리합니다. 새벽에 담배가 떨어져도 살 수 있고, 외로운 겨울밤 잠 못 이루면 와인이나 소주를 구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편의점을 연금생활자인 71살의 할머니가 열었습니다. 직원들의 급여만 나온다면 자신은 연금이 있어 생활이 된다며 편의점을 팔기를 거부하고, 도움을 준 노숙자에게 도시락을 제공하고 편의점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친절을 베풉니다. 다른 직원들이 불편해해도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아르바이트 직원이 스카우트되어 나간다고 하니 같이 기뻐합니다. 파는 물건은 다양하지 않고 판촉활동도 활발하지 않습니다. 편의점을 기준으로 보면 불편한 편의점이라 곧 문을 닫을 것 같지만 불편이 장점이 되어 운영이 됩니다.

 

 자본주의의 대표적 브랜드인 편의점이 돈의 속성으로 운영되지 않고 인정으로 운영되는 편의점을 보았습니다. 현실적이지 않아 불편하게 느낄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의 이야기가 날실과 씨실로 엮이는 옷감처럼 푸근하고 따뜻한 질감으로 만져집니다. 이런 편의점을 새벽 시간에 들러 마른 목을 적실 음료수 한 병을 사고 싶습니다. 기왕이면 옥수수수염차로 사렵니다. 불편한 편의점에서 편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내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