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새는 바가지 들에서도 샌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지구살이를 하던 사람들이 화성살이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는 말을 하려고 속담을 가져왔습니다. 지구살이에서는 힘이 있으면 달려들어서 뺏는 짓이 미덕입니다. 제국주의 역사는 폭력과 약탈이 일상이었습니다. 네덜란드가 해상권을 장악하더니 스페인으로 영국으로 패권이 넘어갔고 결국에는 미국의 패권이 지구살이를 좌지우지하게 되었습니다. 과거 명실상부했던 식민지들이 독립을 하면서 식민지가 사라진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패권국에 꼼짝하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독립국의 왜소함이 도드라지는 오늘입니다.
화성인들은 처음 방문한 지구인들을 반기지 않았습니다. 탐험을 목적으로 온 지구인들의 다음 행보는 집단 이주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로켓을 타고 온 소수의 지구인들을 수거해서 처단했다고 생각했던 화성인들은 지구인이 전한 수두균에 의해 거의 절멸을 하게 됩니다. 스페인의 군대가 아스테카와 잉카제국의 사람들을 죽인 가장 무서운 무기는 천연두였습니다. 면역이 없던 원주민들의 90퍼센트가량이 죽었다고 하니 화성인이 수두에 걸려 죽었다는 설정이 지구살이 역사에 익숙한 작가나 우리나 쉽게 수용이 됩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화성에 지구인이 정착하게 된 날로부터 기록한 연대기입니다. 작가가 사건 사고가 일어난 날을 기준해서 정리한 기록입니다. 화성에 이주하는 지구인들의 이야기라서 공상과학, SF소설이라고 장르를 구분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과학과 공상이 거의 없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 지구와 화성일 뿐,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니 행동이나 행태나 생각이나 사고가 달라진 것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렇습니다. 화성의 지리적 과학적 조건들이 이야기의 틀을 바꾸지도 못합니다.
1949년 출간된 소설이라고 합니다. 화성에 이주한 지구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76년 전의 과거에 살았던 작가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문명세계를 만들었다는 우리의 70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 읽어도 변함없이 똑 같은 이야기들이라 역사는 발전한다는 가설이 틀렸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특히 지구에서 핵전쟁이 일어나자 화성에 거주하던 주민들 모두가 다 지구로 돌아가 전쟁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는 인간의 굴레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지구에서 살기 어려워 화성으로 이주한 지구인들이 무슨 미련이 있어 지구에서 핵전쟁의 발발과 함께 소집령에 응했는지, 국가가 그들에게 무엇을 해주었기에 순순히 돌아갔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노루를 사냥할 때 사냥꾼을 본 노루가 뛸 때에는 조준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참을 뛰던 노루가 갑자기 걸음을 멈춘 순간을 노린답니다. 노루가 미련해서 뛰던 중에 갑자기 ‘내가 왜 뛰지?’ 의문이 들어 걸음을 멈춘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본다고 합니다. 이때 사냥꾼이 조준하여 사냥을 한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여부와는 달리 우리들 포유류의 본성을 보는 것 같아 믿게 됩니다. 학습을 통하여 배우고 익힌 우리들의 지식은 본능에는 이기지 못한다는 말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계몽이 어떻고 하던 시대를 우리는 살아봤습니다. 개인의 지성을 믿었고 집단 지성도 믿었던 세월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본능에 이끌려 전장으로 달려가고 사냥 당하는 행태는 여전합니다. 화성인은 지구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모두 죽었습니다.
가스로 덮인 태양계의 다른 행성 이야기이든, 얼음 밑 지구의 바다보다 훨씬 많은 물을 가진 위성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든 인간이 가서 얽히면 이야기는 단순해지고 비슷할 것 같습니다. 불법으로 계엄을 선언하고 군인들이 의사당을 점거하는 모습을 보았으면서도 이런저런 해괴망측한 이야기가 퍼지고 해괴가 상식이 되고 망측이 주장이 되는 듯이 꾸며대는 인간들은 태양계 어디로 가나 변하지 않는가 봅니다. 화성연대기는 지구연대기와 다른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매일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칼 세이건 강연집. 앤 드루얀 편집. 박중서옮김. 홍승수 감수 (0) | 2025.03.31 |
---|---|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장편소설. 나무옆의자 간행 (1) | 2025.03.26 |
악몽을 파는 가게 2. 스티븐 킹 단편선. 이은선 옮김. 황금가지 간행 (1) | 2025.03.20 |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장편소설. 박소현 옮김. 다산책방 간행 (0) | 2025.03.19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 강 시집. 문학과 지성사 간행 (0) | 2025.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