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너무나 많은 여름이. 김연수 지음. 레제 간행 1

무주이장 2025. 1. 2. 16:35

 작가가 낭독회 때 읽어주기 위하여 쓴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짧은 이야기들로 보통은 오십 분 동안 두 편을 낭독했다” 합니다. 모두 20편의 글이 수록되었습니다. 글이란 것이 타인의 내면과 만나는 수단이면서 서로 공감하며 세계를 넓히는 방편이긴 합니다만 요즘 시국에서는 남의 이야기들이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누구는 내란 불면증을 얘기하기도 합니다만 내란 잔당이 엄연한 살벌한 일상이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하면서도 살얼음판을 걷는 듯합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숙제라 여겨 하루에 한두 편씩 읽었습니다.

 

1.   두번째 밤

 두번째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방공호로 피신한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을 막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세상그것도 벌써 두번째라니 권력자는 적들의 위협에 선제적으로 맞서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포를 쏘고 전단을 살포하고 무인기를 보내는 현실이 더 믿기지 않지만 만약 북한이 대응하여 포를 쏘았다면 우리는 전쟁을 피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포탄이 떨어질 때마다 우리는 생각한다.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날 때 세상에는 지혜가 가장 흔해진다고. 그때야말로 우리가 지혜를 모을 때라고. 평범하고 흔한 그 지혜로 우리는 세상을 다시 만들거라고.” 고구마 먹고 체한 듯 답답하지만 지혜로서 굳건히 평화를 지켜야 하겠습니다.

 

2.   나 혼자만 웃는 사람일 수는 없어서

내가 외로울 때/상관없는 사람은 몰라.

내가 외로울 때/친구들은 웃어. (일본 시인 가네코 미스즈)

 궁금이란 강아지를 추억하며 재개발단지의 나무에 이름을 붙이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궁금이와 함께 웃는 나무에는 주인공의 추억이 아리지만 그래도 같이 웃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3.   여름의 마지막 숨결

 아이들이 변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속속들이 알 수는 없습니다. 그 아이가 이제는 늙은이가 되었지만 나만큼 많이 변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게 이어질 것입니다. 영웅을 만나기도 하고, 사랑을 잃은 시인이 되기도 하면서요.

 

4.   젊은 연인들을 위한 놀이공원 가이드

 자유이용권을 사지만 아깝게 생각했습니다. 놀이기구를 한번 타려면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것이 지겹기만 했습니다. 이렇다면 오늘 하루 몇 개의 기구를 타려고 자유이용권을 샀던가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를 위해서는 사지 않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할 수 없이 돈을 지출합니다. 작가는 충고합니다. “자유이용권이 있다면 자유롭게 이용하기를.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순간을 불평하면서 보내지 말고. 혹시 그런 마음이 든다면, 사랑이든 일이든 꿈을 가져보기를. (중략) 이 삶은, 오직 꿈의 눈으로 볼 때, 다른 불순물 없이 오롯하게 우리의 삶이 된다.” 공감이 되시나요?

 

5.   첫여름

 죽고 싶도록 삶이 힘들 때 당신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냥 콱~~’ 그러실래요? 아니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더라도 그 좋은 기분만은 잃지 말자고용기 주는 사람 한 사람쯤 어딘가에는 있을 걸 기대하십니까? 혹시 주위에 한분도 안 보인다는 느낌이면 이 이야기를 잃고 용기내시기 바랍니다.

 

6.   보일러

 외롭고 병든 노인이 잊히기 전 기록한 기억 노트를 들고 당신에게 다가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실래요? 보일러처럼 따뜻한 당신이 되려면 당신의 본성이 따뜻해야 할까요? 살면서 마음을 가꾸어 따뜻해질 수 있지는 않을까요?

 

7.   그사이에

 시간 여행 이야기 중에 나비 효과라는 게 생각납니다. 과거의 사건을 바꾸면 미래가 변하는 이야기입니다. 브라질에서의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가라는 에드워드 노턴 로렌즈의 강연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말 입니다만 과거를 바꾼다고 해서 현재가 바뀌지 않는다는 실험도 있다고 합니다.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아 그 복잡성으로 인하여 과거를 바꾸어도 현재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어디에 걸고 미래의 과거인 현재를 사시겠습니까?

 

 

8.   우리들의 섀도잉

 

 섀도잉이란 사람의 말투뿐만 아니라 몸짓까지도 흉내 내면서 외국어를 익히는 학습법 중의 하나랍니다. 외국어뿐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꼭 배워야 하는 학습법이겠지요?

 

9.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

 

  물이 수소원자 두 개와 산소원자 하나로 구성돼 있으며 그 원자의 내부는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삶은 기승전결의 플롯을 갖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잠든 사람들은 플롯이 아니라 이야기만을 보지만 깨면 이야기에 젖지 않는답니다. 그럼 플롯은 원자라는 이야기이겠지요? 삶의 기승전결을 잠들지 않고 보는 법은 물리와도 관련이 있었습니다. 모든 학문은 서로 통하는 법입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