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기계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려고 손을 집어넣었습니다. 기계를 정지시키지 않고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고 오판했다가 새끼손가락을 다쳤습니다. 다행히 뼈는 다치지 않았는데 손가락 끝마디의 살이 반이나 잘렸습니다. 상처 부위를 보고는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병원에 데리고 가면서 잘린 손가락의 살을 찾지 못하여 가져가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의사는 잘린 살을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다친 손가락을 배에 붙이는 수술을 하였습니다. 그러면 살이 다시 돋아난다는 것입니다. 과연 몇 주가 지나 손가락을 떼니 살이 자랐습니다. 울퉁불퉁한 손가락의 새살은 다듬어져 종전의 곡선을 유지한 손가락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제게는 신기한 경험이지만 의사들에게는 늘 있는 일이겠지요.
다른 이야기 하나 더 하겠습니다. 인공 관절 수술을 하는데, 조용하리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크게 났습니다. 혼비백산했습니다. 정형외과의 수술실은 철공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행히 아직 무릎이 괜찮은 것에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감사했습니다.
뼈에 대하여 생물학과 역사와 비즈니스 그리고 일상을 나누어 상세한 설명을 한 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쓱 훑어보시면 됩니다만 여기서는 제가 잘못 알았던 사실 몇 가지를 정리합니다.
질문 1: 만약 당신이 골밀도를 높이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20킬로그램짜리 배낭을 메고 15킬로미터를 달린다면 어떻게 될까?
답: 십중팔구 스트레스 골절(군대 용어로는 행군 골절이라고 한다)이라고 알려진 피로 골절을 경험할 것이다. 그건 당연한 귀결이다. (67쪽)
금속피로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운동을 하면 우리 몸은 강화된다는 상식은 틀렸습니다.
질문 2: 다친 뼈는 다치지 않은 뼈보다 최대 2.5센티미터쯤 웃자랄 수 있다. 골절 부위에 추가적인 영양분과 혈류가 공급되기 때문이다. 다리가 만약 2.5센티미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그러면 두 다리의 길이 차이는 몇 센티미터까지 허용될까?
답: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본인은 몸통을 수직으로 세우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반대쪽으로 척추를 구부리게 된다. 과로에 시달린 허리 근육은 결국 기진맥진하고 통증이 생긴다. 다행히 1.3센티미터만큼의 차이는 눈치채지 못하고 고장 난 다리는 완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80~81쪽)
좋은 신발은 다리 건강에 필수입니다. 테니스화 한쪽 뒤가 꺼진 신발을 바꾸지 않았다가 다리와 허리 통증을 경험한 이유를 알았습니다. 이제는 신발에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질문 3: 엄지발가락이 없을 경우 정상적인 기능을 못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사실일까?
답: 엄지손가락이 절단된 경우 엄지발가락은 엄지손가락과 형태가 거의 비슷하므로 엄지발가락을 훔쳐와 엄지손가락 자리에 붙이는 수술을 선호한다(발가락 엄지 전이술). 이 경우 발에 보기 흉한 증거를 남기는 단점은 있지만 환자의 걷고 달리는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149~150쪽)
엄지발가락이 없으면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거나 달리지 못한다는 속설은 거짓말이었습니다.
모두 16장으로 나누어 저자는 뼈에 대하여 설명을 했습니다. 정형외과 의사들의 수술방법은 처음에는 철공소에서의 작업과 비슷하여 힘이 있는 남성이 필요했으나, 이후 혁신적인 수술법이 개발되면서 이제는 여성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철공소의 작업이라 ‘감염’의 문제가 심각하여 환자들이 많이 죽었지만 이 또한 극복되는 과정은 외과 수술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제가 들었던 수술실의 망치 소리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뼈의 주인이 살아 있는 동안 첫 번째 삶을 영위하는 뼈는 숨겨진 상태를 유지하다가 뼈의 임자가 죽은 후 부여받은 제2의 삶에서, 드러난 뼈는 지구의 역사와 인류의 활동에 대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많은 것을 드러내 보인다고 설명하면서 뼈는 인류의 유산인 동시에 전설이며, 세계 최고의 건축자재라고 주장합니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이라는 확신에서 정형외과 의사의 자부심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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