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라는 부제를 단 책입니다. 우주와 세계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뿐이라면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를 읽기 위해서 주저하지 않고 책을 엽니다.
과학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하여 김상욱은 “과학은 무지를 기꺼이 인정한다. 과학은 물질적 증거에 입각하여 결론을 내리는 태도다.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다.” 이런 설명을 하면서 결론적으로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라고 주장합니다. 수긍이 가는 주장입니다.
우리 사회가 두 편으로 갈려 극단적인 주장을 하며 싸우는 와중에 캐스팅 보트를 쥔 듯 두 진영을 한꺼번에 비판하는 사람들도 같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주장에는 지식이 난무하고 나름의 증거가 춤을 춥니다. 그들 모두 확신에 찬 주장을 합니다. 이들 주장은 하나의 물질적 증거에 입각하지만 상반된 결론에 도달하여 목소리를 키우며 싸우기도 합니다. 김상욱의 주장에 의하면 이들의 주장이 가진 단점은 자기주장의 불확실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질적 증거에 입각하여 결론을 내리지만 딱 거기 까지고 향후 주장과 다른 증거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가 아쉽다는 평가이겠지요. 우리가 “우주의 시작과 끝” “물질의 근원”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을 탐구하는 학문인 물리에 관하여 이해하려는 태도는 “우리”의 “태도”를 바꾸고 그로 인하여 세상을 바꾸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책 속에는 우주의 탄생(빅뱅 후 38만 년 경과 후 빛이 나오고 수소 헬륨 등의 원자가 생겼다)을 설명하며 암흑물질(암흑에너지) 영향으로 우주의 팽창 속도가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을 합니다. 우주는 평면이라는 설명은 낯설었지만 언뜻 이해가 되었습니다. 자주 들었던 우리 은하의 크기와 전체 우주의 설명은 원자와 함께 인간 유전자 설명으로 이어집니다. 이외에도 개념 정도만 이해되는 많은 설명들이 있지만 지겨운 설명은 아닙니다. 저자의 설명이 훌륭하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 중 들어도 모르는 내용에 대해서는 ‘나는 모른다’는 태도를 가져도 비난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물리학 버전의 설명이 새로웠습니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원자는 의미가 없습니다. 죽으면 다시 원자로 분해되어 우주로 흩어질 것입니다. 우주는 의미가 없습니다. 의미나 가치는 인간이 만든 상상의 산물입니다. 상상하며 의미 없는 우주를 행복하게 살려는 인간이 우주보다 경이롭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251쪽) 살아가는 동안에 행복해지는 방법으로 살면 될 일입니다. 종교적 버전의 설명은 법륜 스님의 설명인데 “죽으면 천국을 간다고 하는데 두려울 이유가 어디 있냐?”입니다. 저도 나이 들어서 이제 여명이 얼마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죽음을 앞에 둔 마음이 어떨까 간혹 생각하기도 해서 허투루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과학을 통하여 인문으로 가는 방법이 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 김상욱의 책은 도움이 많습니다. 계속해서 그의 책을 읽어볼 생각입니다. 그의 글은 읽기에도 편합니다. 설명이 친절해서 좋습니다. 글을 잘 쓰기에 그렇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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