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선생님들이 권했던 위인전기를 읽지 못했습니다.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지만 소년들에게 읽히려는 전기라는 것들이 너무 뻔한 내용이라 쉽게 읽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일 처음 문방구에서 내돈내산 한 책은 안데르센이 지은 동화집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기억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으로 기억합니다. 처음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배웠습니다. 그 후 책을 사려는 욕구를 충족 못한 현실의 벽을 허물어 주신 것이 아버지께서 아마도 월부로 구입했을 계몽사에서 만든 50권의 ‘소년소녀세계명작’ 전집이었습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시절로 기억합니다. 이후 더욱 위인전은 관심이 가지 않았습니다.
청년 시절, 꿈도 야망도 없다는 친구들의 비판에 혹 위인전을 읽지 못해 그런 건 아닐까 스스로 의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남달랐고, 청년 시절의 좌절을 딛고 결국 인간 승리를 하는 위인들의 전기를 읽었으면 다르지 않았을까, 막연한 의심은 현실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저의 아쉬움이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 후 유명인들의 평론을 몇 권 찾아 읽었지만 그들의 행적과 그가 남긴 작품이나 생각을 읽으면서 공감을 한 인물은 별로 찾질 못했습니다. 너무 뛰어난 사람들이거나 특이한 사람들이라 그랬을 것입니다. 귀촌이나 귀농을 통해 자연과 접하고 싶다는 막연함은 ‘월든’을 읽게 만들었지만 조금 읽다 그쳤습니다. 나의 막연함에 대하여 ‘월든’의 충고는 도저히 수용이 불가했습니다. 넬슨 만델라, 백범 김구 등 모두 그랬습니다.
이 책은 우리 대통령에 대한 인물평이자 그의 전기입니다. 뻔한 어린 시절 그의 꿈이나 유명 대학을 입학한 과정, 아버지에게 고무호스로 맞았던 기억, 일본을 찬양하게 된 동기 등 그가 현재의 자리에 있게 된 그간의 이야기는 빠졌습니다. 그가 3년 남짓 우리에게 노출된 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전기입니다. 업적이 있거나 훌륭한 작품을 남기거나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특이한 재주를 가진 사람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전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전과 달리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따라 할 수 없어서 재미없었던 기존의 인물과 달리 저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결심과 함께 실행도 가능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일단 제가 그 자리에 가지도 갈 수도 없기에 저는 그와 같은 삶을 살지는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누가 도자기 박물관에 저를 집어넣어도 저는 들어가지 않을 자신이 넘칩니다. 혹시 잘못 들어가면 즉시 뒷걸음칠 능력도 보유했다고 자신합니다.
잊힌 정치인 심상정이 심리학자에게 솔직히 자신을 평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도 받아 든 평을 모두 자기소개에 싣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듣고 싶은 말만 나열한 그의 자기소개는 공감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앞의 말과 뒤의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지나고 보면 심상정의 운명은 그때 우리도 짐작했음을 믿습니다. 도자기 박물관에 코끼리가 들어간다고 모두가 조바심을 낼 때 심상정은 눈뜬장님이었습니다. 사람이 욕심에 눈이 멀면 저렇게 된다는 것을 그만 몰랐습니다.
심상정을 비난한다고 우리의 책임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난 안 찍었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미 코끼리는 도자기를 깨고 있는데,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전기는 우리에게 자극을 줍니다. 어린 시절 읽기 불편했던 위인전과 달리 그의 전기는 흥미도 유발하고 결말도 궁금해집니다. 이렇게 그의 전기를 읽을 수 있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 그럴까 아니면 유시민 작가의 글빨에 넘어간 것일까 그건 나중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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