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원더풀 사이언스. 나탈리 엔지어 지음. 김소정 옮김. 지호 간행 1

무주이장 2024. 10. 8. 15:57

 책을 읽으면 좋은 것이 생각을 할 거리,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고등학교 때 신문을 읽는 것은 사설을 필사하면서 글씨 연습을 하거나 서론 본론 결론으로 이어지는 논리 있는 글쓰기를 공부할 때였습니다. 치기 어린 개똥철학만 있었지 세상물정을 모르니 신문지 사설을 필사하면서 생각을 많이 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이야 개똥철학도 냄새가 사라지고 이리 부딪히고 저리 넘어지는 세상살이의 이력이 붙어 몇몇 정보회사의 기사를 보면서 생각이라는 것이 일어나지만 이미 40년 남짓 살아온 회사원의 경험이 있는 나에게 일천한 경험을 가진 그들의 글이란 것이 6하 원칙이란 것도 없고 논리의 대가리 꼬리도 없는 경우가 많아 시간을 내어 잠깐 나에게 일어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아깝습니다.

 

  그렇지만 책이란 것은 그렇지 않아 일어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억지로라도 냅니다. 요즘 제가 읽는 책입니다. 부제가 아름다운 기초과학 산책입니다. 과학과 관련한 책은 지식도 전달하지만 그보다 전달되는 지식이 사실로서 증명되는 과정을 보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낍니다. 교과서에서 한 줄로 정리된 사실을 잘 외우는 방법은 그 사실이 도출된 과정을 논쟁한 논문들을 읽는 것이 최선이라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단점은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것입니다. ‘6.25 북침론’을 제가 잊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창조론과 진화론

 

 지난달 국가인권위원장의 인사청문회에서 안창호 후보자가 진화론만 교육할 것이 아니라 창조론도 같이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저는 개신교인으로서 창조론을 믿습니다. 한편으로 사회인으로서 진화론도 믿습니다. 과학의 사실로서 저는 진화론을 믿습니다. 창조론은 하나님의 권능을 이해하는 요소로서 믿지만 이 믿음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 믿음에 근거한 것입니다. 단군 할아버지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그 믿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종교적 믿음인 창조론을 교육하는 것에 대하여는 저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저는 창조론은 믿지만 창조과학은 믿지 않습니다. 창조과학은 창조론이 비과학적이라는 반증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과학은 단순히 사실의 집합이 아니다. 과학은 마음의 상태다. 나는 과학의 즐거움을 증언하는 말보다도 과학은 사실의 집합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이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고 이 말을 너무 들어서 이제는 이 말이 내 몸의 일부가 된 것 같다라고 과학을 설명합니다(38). 과학은 퀴즈쇼에서 벨을 울리며 대답하는 틀림없는 사실들이라는 상상은 주로 과학의 반대자들이 한다고 주장합니다(40) 이 주장을 하면서 저자는 시카고 대학의 고생물학자 닐 슈빈의 말을 인용합니다.

 

 “창조론자들은 일단 과학을 사실과 확실한 것들의 모임이라고 덧칠했죠. 그런 다음에 확실한 것들이 정말은 확실하지 않다며 공격한 겁니다. 창조론자들은 이렇게 말했죠. ‘아하! 너희도 결론을 못 내리잖아. 너희들 말은 신뢰할 수 없어. 왜 우리가 너희 말을 믿어야 하는 거야?’ 하지만 과학적 확실성이라는 허울 좋은 개념을 만든 건 바로 이런 창조론자들입니다.”

 

 장미가 붉은 것(노란 장미도 있고 흑장미도 있지만 일반적으로)은 하나님이 붉게 창조한 것이라는 설명과 광자라고 하는 작은 입자로 이루어진 빛이 장미에 닿았을 때 장미꽃 색소들은 붉은색 광자는 튕겨내고 다른 빛깔의 광자는 흡수하여 튕겨 나온 붉은색 광자가 우리 눈 속으로 들어오고 그래서 우리는 장미 꽃잎이 붉다고 느낀다는 설명 중 당신은 어느 쪽이 끌립니까? 앞의 설명이 끌리면 성경을 읽으시고, 뒤의 설명이 궁금해지면 빛, 광자를 설명하는 책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처음 개신교인이 되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성경책은 가끔 봅니다. 성경책을 읽으면서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성경 속 사실들과 에피소드를 억지로 증명하려고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저는 창조론을 진화론과 같이 공부하자는 것에는 이론이 없습니다. 단지 창조론도 진화론도 공부를 할 대상이라면 과학하는 마음으로 하자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주어진 조건 속에서 불확실한 사실들을 확인해 가는 과정이 너무나 재미있기에 그렇습니다. 목사님의 설교가 듣기 편하고 좋을 때가 있습니다. 알 수 없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게 길잡이가 되는 설교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우격다짐으로 목소리 높이는 설교는 마음을 닫게 합니다. 저의 경험입니다. 과학책을 읽으면 생각이 깊어집니다. 많은 분들이 같이 읽기를 권합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천지를 알아가는 방법 중 하나가 과학이라고 믿습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