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김영화 지음. 메멘토 간행

무주이장 2024. 10. 15. 16:38

 아프가니스탄에 한국 정부가 파병을 시작한 해는 2001년입니다. 2008년 바그람 공군기지에 한국병원과 한국직업훈련원이 만들어졌고요. 2010 7월에는 군인뿐만 아니라 공무원과 의료진을 포함해 140여 명으로 구성된 지방재건팀도 파견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병한 국가들은 모두 쓰라린 아픔을 맛봤습니다. 저의 기억에는 아프가니스탄의 공산정권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소련군이 진주하여 곤욕을 치른 후 물러났고, 소련 철군 후 탈레반이 혼란한 정세를 틈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집권하며 이슬람 근본주의를 극단적으로 해석하고 폭압 통치를 정당화했습니다. 이때 이들의 폭력에 전 세계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2001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탈레반 정권이 보호하고 있다는 핑계로 미국 정부가 2001 10 7일 아프간을 침공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으로 불린 아프간 전쟁의 터널로 들어간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1 4 14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겠다고 하여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를 공식 발표합니다. 당초 계획된 9 11일 철군 완료가 되기도 전에 탈레반은 2021 8 15일 수도 카불에 입성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종료됩니다.

 

  탈레반 정권의 폭력성을 익히 알던 아프간인들은 외국 정부를 돕는 일을 한 자국인을 탈레반 정권이 부역자로 처단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구조를 요청한 아프간인 400여 명을 한국으로 이송하기 위한 전례 없는 군사작전, ‘미라클 작전을 수행합니다. 카불 공항에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거쳐 인천공항까지 꼬박 하루가 넘게 걸려 2021 8 26, 아프간 특별기여자와 가족 377명이 1차로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이 책은 이들 아프간 특별기여자와 가족들이 집단적으로 이주한 울산에서 적응하는 과정을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정리하여 기록한 책입니다. 저자인 김영화 기자는 개인적으로 갈등의 쓸모를 확인하였다고 정리합니다. 제가 대학에서 읽었던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갈등은 나쁘다고 보통 생각하지만 갈등이 쓸모가 있음을 기자는 체득한 것입니다. 파괴가 항상 나쁜 것이 아닌 것은 창조를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갈등도 있겠지만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갈등은 분명 쓸모가 있다고 저도 믿습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사회는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계층, 어느 한 기관만의 노력과 힘만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갈등을 확인하고 조정, 해소하려면 관련된 모든 사람과 기관들이 힘을 모으고 방향성을 가진 목표를 설정하여 협력하여야 합니다. 울산으로 집단 이주를 하게 된 것은 조선업을 하는 현대중공업의 인력난이 동인이었습니다. 전해오는 미라클 작전소식에 우리 국민들은 선진국이 된 문명국 대한민국에 자부심을 가졌지만 막상 이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에는 놀라고 거부합니다. 아프간 이주민 가족을 중앙 정부가 갑자기 던진 폭탄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폭탄을 처리하는 교육부 공무원과 울산시와 구청의 공무원은 현장에 늘 답이 있다는 신념을 몸으로 확인해 갑니다. 초등학교에 아프간 어린이들이 집단으로 입학한다는 것에 놀란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고인이 되신 노옥희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막연한 두려움을 직접 대면한 주민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아프간 이주민 가족들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다문화가정이 지역 소멸과 인구 소멸의 대안으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무주에서는 버스를 타면 지역민이 다 된 이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제는 약간의 거리낌도 없는 익숙한 이웃입니다. 베트남에서 온 사업가 기질이 있는 여성분은 봉고차를 마련하여 인력공급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온 누구 집 며느리는 마을사업을 운영하는 사무장직을 무난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단일민족이 어떻니 강조하던 어른들도 이제는 거의 없는 듯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주 배경 인구가 전체 인구의 5퍼센트를 넘으면 ‘다문화. 다인종 국가로 분류합니다. 현재 한국의 장. 단기 체류 외국인(등록, 미등록 포함) 251 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4.89퍼센트를 차지합니다. 다문화 국가에 바짝 다가선 셈입니다.

 

 독일에서는 노동력을 데리고 왔는데 사람이 왔다는 말을 한다고 합니다. 독일의 이주 노동자 정책을 비판하면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부족한 노동력의 보충을 위해 외국인비전문노동력(E-9 비자를 줍니다)까지 데리고 옵니다. 정부는 이들을 4 10개월 데리고 있다가 내보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게 끝까지 가능할까 의심이 듭니다. 갈등의 쓸모를 확인해 가는 과정을 매우 성실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정리한 책입니다. 눈 한번 돌리지 않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