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연애의 결말. 김서령 소설집. 제딧 그림. 폴앤니나 간행

무주이장 2024. 10. 14. 13:43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 연애는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제목을 보고 빌렸습니다. 조카를 포함해 3명의 젊은이를 둔 아버지와 큰아버지입니다. 먼저 큰아이를 결혼시킬 때는 제가 결혼을 준비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허례와 허식을 최소화하여 결혼 준비를 하는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실용적인 태도에 제가 욕을 먹으면서 했던 결혼식이 떠올랐습니다. 그 많은 친지들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친지들의 훈수가 사라진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나 조카와 둘째의 경우 그들의 연애관에 당황하기도 합니다. 저는 결혼을 하고서야 저와 아내의 결정이나 그로 인한 사건 사고가 일상이 된 것을 확인하고 편안했습니다. 결혼은 편한 것이구나 생각하며 일상에서 안전한 사랑을 했습니다. 연애란 것이 책임을 동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생각과 행동을 제약했습니다. 억제된 생각과 행동은 본능과는 달랐습니다. 그래서 사고는 도처에서 터졌겠지요. 손만 잡아도 결혼을 해야 한다는 우리 부모님의 생각에서는 벗어났지만 그렇다고 연애가 자유스러웠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김서령 작가가 소개하는 연애와 결혼 이야기는 일단 경쾌합니다. 어쩌면 꼴불견일지도 모르는 연애의 찌꺼기조차 눈에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습니다. 작가의 글솜씨가 뛰어나서 그럴 수도 있지만 글이 사람의 내면을 반영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세상이 바뀌었고 바뀐 세상에 벌써 적응한 젊은이들의 생각과 행동이라 자연스럽게 보였을 것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빡빡하게 돌아가고 경제적 기반도 없는 젊은이들이지만 그들의 삶에서 많은 시간과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사랑이고 연애일 것입니다. 그들의 사랑과 연애는 우리 세대의 묵직한 책임감과는 다른 무엇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연애나 사랑이 마냥 가볍고 반짝이며 경쾌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거기에는 얄팍한 계산도 있고, 전략도 있으며 전술도 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현실의 무거움도 보입니다. 부모 세대와 얽혀 삶이 반복되는 운명도 보입니다. 책임이 차지하는 자리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이 사는 모양이 처음 출현한 현생인류에서 얼마나 많이 벗어났는지는 모르지만 얼핏 생각의 한 갈래를 펼치면 유사점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먹어야 하고, 사랑해야 하고, 이별해야 하는 본질에서 벗어나 봐야 얼마나 벗어났겠습니까? 작가가 전하는 연애의 결말이 제가 겪었던 연애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아닌 이유입니다.

 

 젊은 시절 많은 연애를 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않는 세상입니다. 덩달아 나이 든 자들의 애정행각도 합리화하지만 경쾌한 연애와 지저분한 연애를 동일시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랑도 연애도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노인들의 후회 중 자주 듣는 말은 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합니다. 후회하지 않는 사랑과 연애가 되길 바랍니다.

 

 젊은이들은 아파도 되는 것처럼 훈계를 하는 노인들도 있지만, 제 경우 뒤돌아보면 제대로 된 훈계를 하는 어른을 만나는 행운은 거의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기 편하자고 하는 말일 수 있고, 변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엉터리 충고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훈수를 무시할 것은 아니지만 젊은이들 모두 지금도 이 생각 저 생각으로 혼란스러울 텐데 거기에 덤을 더 얹을 일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법륜 스님은 4가지에 해당되지만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얘기합니다. 살인, 도둑질, 거짓말로 하는 사기, 폭력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동이라면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괜한 걱정을 하는 부모들에게 하는 설법이지만 젊은이들이 들어도 해당되는 말이라고 믿습니다.

 

 슬픔조차 금방 이겨내고 방긋 웃으며 숨겨버릴 듯해 오히려 슬픔이 더 진하게 전달됩니다. 젊은 시절 어려움 속에서도 경쾌하게 산 적이 있었던가? 거울 속에 보이는 머리 빠진 늙은이가 초라해 보입니다.

제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