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쳐올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AI기술이 시간을 단축하며 인간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현실을 보며 기대하는 사람들과 걱정하는 사람들로 나뉩니다. 이들 모두 미래를 예측할 때 대체로 공통되는 점은 인간의 편의를 위하여 기계를 사용한다는 것과 나아가 인간의 수명 연장과 건강을 위하여 소모품으로서의 인간을 만드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입니다. 기계는 인간의 외관과 비슷한 휴머노이드로 개발이 되고, 소모품으로서의 인간은 클론이라고 불리는 존재입니다. 인간의 세포를 이용하여 복제된 인간으로 자신의 세포를 이용해서 만든 클론은 필요시 장기를 적출하는 대상으로 존재하게 되는데 이미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김영하 작가는 휴머노이드와 클론 그리고 인간이 살았던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창조주의 권리를 주장하는 인간과 피조물인 휴머노이드의 갈등은 우리가 쉽게 예상하듯 인간의 소멸로 정리됩니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탄생한 AI는 인간이 학습하는 시간과 학습량을 훨씬 능가합니다. 인간의 불안은 휴머노이드를 각종 규제를 이용하여 파괴하지만 인간의 도전에 응전하는 기계는 궁극적으로 승리를 하고 인간은 도태되고 소멸됩니다. 인간이 소멸된 상태에서 클론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이제 세상은 기계만 존재하게 됩니다. 이러한 휴머노이드가 감정, 마음,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작가는 상상을 합니다.
작별 인사는 휴머노이드로서 가능했던 영생을 포기하고 이 세상을 떠나는 주인공 철이의 인사를 의미합니다. 죽음이란 동물은 가질 수 없는 개념이라고 작가는 소개합니다. 동물에게는 없는 개념이기에 죽음을 상상하며 두려움을 가질 수 없습니다. 동물은 기력이 쇠잔하게 되면 다만 그것에 적응하다가 조용히 잠이 들듯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갈 뿐입니다(106쪽) 그럼 휴머노이드는 어떨까요? 철이가 영생을 포기하고 세상과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생각하면 죽음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알고리즘을 통하여 학습을 한 기계들이 죽음의 개념을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 개념을 마음과 감정을 통하여 느낄 수 있는가, 다시 말해 두려움을 느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두려움을 느꼈기에 자신들을 파괴하는 인간에 대항한 것일까요 아니면 존재 자체의 부정에 대한 응전이었을까요?
클론이었던 선이는 죽음을 우주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해를 합니다. 우주정신이란 것이 존재할까요? 처음 빅뱅을 통하여 만들어진 단순한 물질에 의하여 만들어진 우주가 정신이란 것을 과연 가질 수 있을까요? 빅뱅으로 만들어진 태양계의 행성인 지구에서 만들어진 인간은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이 인식한 우주정신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소설을 읽으며 생각이 꼬리를 문 것은 과학과 연관되어 그럴 것입니다. 작가의 이야기에서 그의 과학적 지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울증도 진화론적인 유익성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는데 ‘제정신이라는 착각’(필리프 슈테르츠)에서 읽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최초 바이러스였다가 먹혀 인간의 몸과 공생을 한다는 설명도 전에 읽었던(들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미토콘드리아의 염기서열이 그가 공생하는 세포의 그것과 다르다는 설명은 진화론과 관련됩니다.
미래의 인간과 기계의 공존은 충분히 예상됩니다. 30년 전 영어 회화를 배우자고 권했던 직원의 대답이 생각납니다. “외국어 공부할 필요 없어집니다. 기계가 번역해 주는 세상이 올 텐데 어렵게 공부하지 마세요.” 그런 세상이 되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대화 즉시 동 시간으로 번역을 하는 AI가 나올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 미정의 예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기계와 인간의 공존은 한시적일까 영속적일까? 아마도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느냐에 답을 있을 것입니다. 인간을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소설 한 편에 이토록 생각이 많아진 것은 작가의 역량이 뛰어나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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