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유행어가 한참 동안 들렸습니다. ‘흙수저’가 살기에는 지옥 같은 나라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저도 젊은 시절 한때 인풋에 비례해서 아웃풋이 나온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하면 제가 희망하던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일단 이 믿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답을 하기로 하고, 헬조선에 살던 젊은이는 ‘노오력’에 대하여 큰 기대와 희망을 가지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경상도에서 쓰던 말로 “쎄빠지게” 애만 쓰다 지친 이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기왕이면 쓸데없는 ‘노오력’을 하지 않았으면 모르겠지만 실컷 애만 쓰다 지친 모습이라 안타깝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노력신봉공화국’이라 명명합니다. 모든 길은 노력으로 통하는 나라입니다. 잘못되면 노력이 부족한 것이고, 잘되면 노력했기 때문이라는 신념이 돌에 새긴 글귀 마냥 지워지지 않고 견고함을 유지하는 공화국입니다. 저자는 노력신봉공화국에서 성공조건이 노력이라는 주장은 사실이지도 않고 믿을 것도 못된다는 주장입니다. 그럼 무엇이 성공의 조건인가? 저자는 당신이 가진 재능과 운이라고 주장합니다. 일찍부터 익히 들었던 고도리 판의 명언인 ‘운칠 기삼’이 사실이라는 말이니 어릴 때부터 어머니나 아버지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함께 배우고 익힌 ‘운칠 기삼’이 생동하는 고스톱이 진리의 담요와 함께 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 잠깐 노력에 대한 신뢰를 가졌지만 곧 생각을 바꿨습니다. 그렇다고 바로 ‘운’에 기울지는 않았습니다.
성공은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판에 끼어들어야만 합니다. 성공하는 사람들 끼리끼리, 성공인의 유유상종은 내가 선택하거나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출신지역으로 허들을 넘어야 하고, 림보게임처럼 출신학교의 낮은 줄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러고도 이너서클 리더의 점지가 있어야 성공의 길에 발을 들일 수 있습니다. 이들 그룹에 들었다고 성공의 조건이 충족된 것도 아닙니다. 서클 멤버들은 각기 타고난 운도 따라야 합니다. 어디에나 경쟁은 항상 있고 실력만으로 이길 수 없는 것이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 조건으로서의 노력은 자기기만이자 기득권 보호의 논리입니다.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제 경험을 상기하였습니다. 저자의 주장이 이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자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고 순화된 문자로 표현합니다.
저자는 노력을 하지 말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력을 하라고 합니다. 죽을힘을 다한 노력이 있어야 당신의 재능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최선의 노력에도 안 되는 일이 있다면 당신은 그 일에 재능이 없음을 인정하고 포기하라고 충고합니다. 노력을 다 하지 않았다는 변명으로 간신히 지탱하려 말고, 노력해도 안 된다고 자기 비하에 빠져 고통 속에 살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사실 조금만 살아보면 저자가 270쪽에 이르는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중언부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결론적으로 말하는 내용은 260쪽 전후하여 기록했습니다. 책을 읽길 싫어하는 분은 260쪽에 있는 보석 같은 저자의 말만 읽으시는 수고를 하시기 바랍니다. 그도 싫은 분들은 책 읽기에 재능이 없으므로 다른 방법으로 당신의 재능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노력은 당신이 선택하거나 결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개는 당신의 의사와는 별개로 따로 움직이는 허구의 성공 조건이란 저자의 주장에 공감했습니다. 노력은 당신의 재능을 찾아가는 길에 다름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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