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치매라고 두려워 마라. 야부키 토모유키 지음. 황미숙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간행.

무주이장 2024. 8. 19. 11:40

 치매 환자를 처음 본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하물며 그 환자가 내 어머니일 경우.

 

 50대에 들어오면서 고혈압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 “그럴 리가 없습니다. 운동을 매일 하는데요.” 제 반응에 의사는 차분히 대응했습니다. “그러면 24시간 혈압을 체크해 봅시다.” 저는 고혈압을 확진받았습니다. 처방약은 체중을 줄이고 다시 검사를 받는 기간 동안 먹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당뇨라고 저의 반응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에 무리가 온다는 진단에 이번에는 처방전을 겸허히 받았습니다.

 

 어머니와 간혹 만나면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이라며 어머니는 저와 아내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곤 했습니다. 어머니와 사실관계를 두고 다투기도 했습니다. 마을에 같이 사는 친척들을 만나 어머니의 근황을 들으면서 어머니가 조금 이상하다는 낌새만 느꼈을 뿐 저는 치매의 전단계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다른 병으로 갑자기 입원한 어머니를 곁에 두고 보면서 어머니의 섬망 증세에 놀랐습니다.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돌아보면 어처구니없는 어머니와의 그때 대화가 지워지지 않습니다. 묻고 따지고 화를 내고 설명을 했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때 치매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노력했다면 어머니와 다투었던 많은 일들이 줄어들었을 텐데후회가 됩니다.

 

 치매 환자는 새로운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과거의 기억 속에서 사는 분들이라 감정도 없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치매에 고통받는 환자라도 감정은 그대로라고 합니다. 건강했던 과거를 잃어버려 가뜩이나 불안한 환자를 이해 못 한 채 가족들은 상처를 주는 말들을 하기 쉽습니다. 치매 환자의 특징을 이해하면 견딜 수 있고 잘 대응할 수 있음에도 간병인은 종종 실수를 합니다. 환자의 상태를 모르니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릅니다.

 

 치매는 신이 주시는 선물이라는 말을 처음 듣습니다. 죽음과 질병에 대한 공포를 환자가 잊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입니다. 신이 주시는 선물은 천사를 통해서 전달이 됩니다. 성경을 통해서 예수를 따라 배우려는 결심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예수의 사랑을 전달하는 사도들과 초기 교회의 신도들이 천사로 보였습니다. 사람이면서 천사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계산에 밝고 이익이 되면 가족도 잊을 수 있는 영악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천사는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치매 환자의 특성을 설명하고, 치매 증세를 설명하면서 간병인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이 책은 온통 치매 환자를 이해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간병하는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성경을 읽는 듯한 착각을 했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방법대로 치매환자를 간병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천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매 환자의 가족이라서 오늘도 힘든 간병을 하는 사람들이 천사가 되고, 지칠 때면 다른 천사의 도움을 받아 신의 선물을 받은 치매 환자들이 존엄을 유지한 채 살고 죽는 삶의 과정을 거쳐 천국의 하나님에게 갈 수 있길 기도합니다. 더불어 제 어머니도 저의 무심하고 불성실했던 간병을 용서하고 천국에서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