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김혜정 장편소설. 오리지널스 간행

무주이장 2024. 8. 14. 13:04

 그때 그것을 알았더라면…’ 살아온 날을 돌이켜보면 드는 생각입니다.

 

 저는 아이를 기르면서 가장 빠른 직선 주로를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저는 무주에서 영동으로 가는 길 마냥 S코스 오르막길을 걸었습니다. 주어진 길을 벗어나다 보니 항상 우회하고 돌아가는 길만 걸었던 결과입니다. 누구나 다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저의 경우는 그랬습니다. 그렇다고 무얼 후회하고 회한에 잠길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내가 선택한 길이었기에 누구를 원망할 것이며 후회한다고 한들 그 시절을 다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스스로를 다잡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아이에게 이 경험을 전수할 수 있다면 아이는 나와 다르지 않을까 내가 할 일이 생각났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제가 겪었던 경험이 아이들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를 닮아 고집이 세서 저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미 구닥다리가 된 시절의 아버지의 경험을 딸이 자기의 인생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좋은 인생을 살아 사회적 성공을 한 아빠도 아니니 신뢰감도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딸이 26살이 되고 직장 생활을 하더니 아빠가 슈퍼맨처럼 느껴져. 어떻게 30년 이상을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어?” 저에게 감탄을 담아 물었습니다. 그동안 섭섭했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스스로 만든 규칙에 몸과 마음을 옥죄고 스스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며 살지 못했습니다. 한번의 실패가 전체 삶을 망가뜨릴 것이라고 두려워하며 하루하루를 산 적도 많습니다. 일어나지 않을 일을 마치 내일 일어날 것처럼 걱정하였습니다. 비상시를 대비한다고 조금씩 늘어난 수입에도 기분 좋은 소비를 한 경험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왜 이랬을까 자책하면서 오랜 시간을 투자해 삶의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이런 나에게 과거 저의 잘못을 적시하고 비판하고 비난하며 따지는 딸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배신감도 느꼈습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자식이 잘못될 것을 염려하여 잔소리나 간섭으로 다가서고 아이의 반항에 스스로를 참지 못한 것은 아이에게는 상처가 되었고 저에게는 씻지 못할 죄가 된 것 같아 인생의 마지막이 나의 계획과는 달리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되었습니다. 언감생심 이런 딸에게 어떻게 나의 인생경험을 들려줄 수나 있겠습니까? 그런데 28살이 되더니 아빠의 존재를 인식하는 듯합니다. 아이조차 내가 살았던 S자 코스를 뱅뱅 돌아온 것일까요?

 

 그때 그 시절로 지금의 내가 돌아갈 수 있다면 아이들이 조금 덜 걱정하고 조금 더 희망을 가지며 경쾌하고 탄력 있게 자기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을 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작가 김혜정은 기분 좋은 대답을 합니다. 청소년을 위한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이야기가 예순이 훌쩍 넘은 노인에게도 웃음을 주었습니다. 따뜻한 이야기에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