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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김현아 지음. 아를 간행 2

무주이장 2023. 7. 12. 16:02

비인간적인 관행을 없애는 요구에 응원을 보냅니다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린 대목이 많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을 겪으면 우리는 조숙하다는 표현을 합니다. 아이가 조숙한 것이 옛날에는 칭찬으로 들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어른이 제 역할을 못해 아이에게 어려운 경험을 겪게 한 것은 그냥 부끄러운 일입니다. 조숙한 것이 욕이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저자의 나이가 얼마인지 짐작만 할 뿐이지만 그의 이야기는 자리를 보전하고 지난 시절 어려웠던 과거사를 얘기하는 할머니의 그것처럼 조숙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듣고는 눈물 흘렸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일로 느꼈습니다. 더 이상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젊디 젊은 나이로 세상에 나와 나이팅게일을 따라 배우겠다며 선서를 한 우리의 젊은이들을 힘들게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환자 보호자에게 이유 없이 부당하게 멱살을 잡혀도, 듣지 않아도 될 욕설을 들어도 개인적인 일이라며 병원이 팽개치는 행위는 병원의 패륜입니다. 어느 누가 가족을 그렇게 보호한단 말입니까? 병원은 직원을 가족이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병원과 직원은 단순한 계약관계일 뿐입니다는 말을 병원이 한다면 간호사들은 계약에 따른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그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 병원은 민사상의 엄중한 책임을 부담하거나, 추가 근로 시간에 대한 엄격하게 정해진 계약상의 금액을 지급하여야 할 것입니다. 어정쩡하게 구렁이 담 넘어갈 때 쓰는 말이 가족이 아닙니다.

 

  조카가 태움을 당했다고 하면서 수간호사가 태움을 모른 채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환자의 간호에서는 멀어지고 관리에 치중하는 간호사, 간호사들 중에 으뜸인 수간호사의 노련함을 기대한 것에 비례해 실망한 것이 원망이 된 것이지요. 그런 수간호사도 정시 퇴근을 들키지 않으려 뒷문으로 숨어서 나온다는 대목에서 나는 덩달아 가졌던 원망을 거뒀습니다. 의사의 부당한 지시나 책임 회피에 병원을 그만둔 간호사의 이야기에는 공분도 느꼈습니다.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나 있는 일임에도 저자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의 편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저승사자와 싸우는 용감한 간호사는 원더우먼이었습니다.

 

  자신의 잘난 모습을 자랑하기에는 중환자실은 적절한 장소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잘난 체하는 이를 용납하는 모습에 도인의 아량을 봅니다. 일에 대한 자부심을 부정당하고, 멱살이 잡히는 폭력을 경험하면서 마음이 황폐해져 합리적인 경제인이 될 것을 결심하였다고 그는 고백합니다. 세상을 살아본 사람들은 그 시간의 길고 짧음을 떠나 경제인으로서 산뜻하게 결정하는 자신이 될 것을 결심한 경험이 다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결정의 찜찜함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산뜻하게 결심한 것을 오래 간직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경제인이 아니라 비경제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로 세상에는 경제적이지 못한 행동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일부터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한다고 합니다. 그들이 요구한 내용은 간호 간병통합서비스병동 확대 및 운영개선, 인력확충, 의료민영화영리화 전면 중단 노동개악 저지입니다.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인력확충은 간호사들 간의 태움이라는 비인간적인 관행을 없애기 위한 요구로 이해됩니다. 같이 일하는 간호사들끼리 서로를 배척하고 미워하는 구조를 키우는 간호사 인력 부족은 반드시 해결될 사안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들의 요구가 관철되길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