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부키 간행. 장하준 지음 8

무주이장 2023. 6. 29. 11:24

하얀 당근, 하얀 쌀을 주황색 당근, 황금쌀로 만든 기술을 보호하는 특허

 

 당근은 중앙아시아(현재의 아프가니스탄 지역이 거의 확실하답니다)가 원산지인데 원래 하얀색이었답니다. 그 후로 보라색 당근과 노란색 당근이 개발되었는데, 현재 주종을 이루는 주황색 당근은 17세기에 들어선 이후에야 네덜란드에서 개발되었답니다. 당근을 주황색으로 보이게 하는 베타카로틴은 몸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데 비타민 A는 피부, 면역 체계와 눈 건강 유지에 필수적이므로 하얀색 당근에 비해 주황색 당근은 영양학적으로 훨씬 유익합니다.

 

 쌀은 영양이 매우 풍부한 음식이어서 같은 크기의 땅으로 밀보다 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지만 비타민 A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은 다른 음식 없이 줄곧 쌀만 먹다가 비타민A부족증을 겪는 경우가 많아서 이로 인해 매년 200만 명이 사망하고, 50만 명이 실명하고, 수백만 명이 안구건조증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쌀에 베타카로틴을 생합성할 수 있는 유전자 2개를 쌀에 이식해서 만든 쌀이 황금쌀입니다. 이 쌀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노란색/황금색입니다. 이 기술은 다국적 농업 및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인 신젠타에 팔렸습니다.

 

 황금쌀을 개발한 과학자 잉고 포트리쿠스(스위스)와 페터 바이어(독일)는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농부들이 이 테크놀로지를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려고 신젠타와 힘든 협상을 했지만 황금쌀을 직접 상용화하려면 70가지가 넘는 특허 기술을 소유하고 있는 32개 특허권자와 모두 따로 협상해야 했기 때문에 (신젠타에 기술을 판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습니다.

 

 특허제도는 새 지식의 창조를 촉진하고 장려하기 위하여 만든 제도입니다만 동시에 독점 기간 동안 다른 사람이 그 새 지식을 이용해 또 다른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내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새 지식의 창조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지식 생산에 가장 중요한 재료가 지식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연관 지식의 많은 수가 특허의 보호를 받고 있으면 새로운 지식을 개발하는 비용이 비싸집니다. 황금쌀이 좋은 예입니다. 저자는 이를 맞물린 특허’ 라고 부르고 저명한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특허 덤불이라 부릅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1856년에 고안된 것이 특허 풀이었습니다. 재봉틀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를 모두 공유해서 새로운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온 이 조치를 재봉틀 콤비네이션(‘재봉틀 트러스트’ 라고도 합니다)이라고 부릅니다. 연관성이 강한 산업 분야에서 특허 풀을 운용한 예는 많습니다. DVD의 부호화와 압축 방식의 국제 표준인 엠텍2, 휴대전화의 전파 식별 태그인 RFID 등이 그 예라고 합니다.

 

 저자는 특허 제도를 개선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첫째, 특허기간을 단축하는 것과 둘째, 포상제도를 이용해서 일회성 보상을 주어서 새로운 기술이 나오자마자 공공 재산으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셋째 방법은 그 기술이 공공 목적의 기술 개발에 필요하다고 간주되면 국제 협정을 통해 특허권 보유자들이 가격을 인하하게 하는 방법도 있답니다.

 

 모든 제도와 마찬가지로 특허 제도 또한 그 제도로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많기 때문에 사용되었겠지요. 저자는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더 이상 많지 않게 되면 제도를 수정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수정한 형태가 처음에는 낯설고 이상해 보일지라도 고치자고 하면서 왜 주황색 당근도 처음에는 낯설고 이상하지 않았냐?”라고 묻습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