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불상사 방지책: 유치산업론
새우는 맛있는 식재료다. 세계적으로 새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매우 적다. 하지만 새우가 조심할 일이 있다. 고래가 싸우는 곳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 기원전 2500년경 중국에서 처음 시작된 실크는 그 후 1000~2000년 동안 중국이 생산을 독점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최대 실크 생산국은 한때 일본이었다. 1950년대 일본은 세계 최대 실크 수출국(생사와 견직물 두 분야 모두에서)이었고, 실크 관련 상품은 일본의 최대 수출 품목이었다. 일본인들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미국 및 유럽 국가들과 철강, 조선, 자동차, 화학, 전자를 비롯한 기타 ‘선진’ 공업 부문에서도 대결하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 기술 면에서 뒤처진 일본이 그런 부문에서 국제적으로 경쟁을 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높은 관세를 물리고, 한편, 보호 산업 부문에서는 외국 기업들이 일본 내에서 영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법으로 외국과의 경쟁으로부터 국내 제조업자를 보호했다. 또한 은행을 통하여 이들 보호 산업 부문에 우선적으로 대출을 하도록 만들었다.
일본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이런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잘 하는 실크 산업에 집중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부문의 기업들을 보호하는 정책보다 낫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흠 잡을 데가 없이 맞는 주장이다. 한 나라의 생산 능력을 고정된 것이라 생각하면 말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어느 나라든 생산 능력은 변화할 수 있고, 현재 잘하지 못하는 것을 나중에는 잘하게 될 수도 있다. 한 나라의 생산 능력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는 데는 적어도 20여 년이 걸린다. 이 말은 자유 무역 환경에서는 이런 변화가 생길 수 없다는 뜻이다. 자유 무역 체제에서는 신생 산업 부문의 비효율적인 초보 기업들이 우월하고 규모가 큰 외국 경쟁 업체들에 순식간에 전멸당하고 말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뒤처진 나라에서 미성숙한 제조업체들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며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를 ‘유치산업론’이라 부른다.
유치산업론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논리는 미국, 그것도 미국의 초대 재무부 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이 발명한 것이다. 해밀턴은 미국 정부가 “유아기에 있는 산업” 또는 유치 산업을 우월한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보호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미국은 절대 산업화할 수 없을 것이라 일갈했다. 자유무역의 본고장이라는 현재의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영국과 미국은 경제 발전 초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보호주의 국가였다. 그들은 산업적 주도권을 획득한 후에야 자유 무역으로 선회했다. 대부분의 부자 나라들도 같은 경로를 거쳤다.
그렇다고 해서 유치 산업 보호 정책이 반드시 성공적인 경제 발전을 보장한다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보호 정책은 국내 기업들을 태만하게 만들고, 시간이 흐른 후에도 보호 정책을 줄이지 않아 생산성을 향상시킬 동기 부여를 하는데 실패하면 유치 산업이 성숙하는데 실패할 수 있다. 일본과 한국 같은 나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보호 정책을 단계적으로 줄여서 그런 위험을 피했다.(대형마트의 영업 시간을 제한하고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정책(자영업은 소규모 자본이라 일종의 유치 업종이라고 볼 수 있겠다)의 목적도 골목상권이 활성화되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유입과 함께 다양성이 활발해지도록 자영업자들의 노력을 유도하고 지원하는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으로 이어져야 효과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경제적 새우였던 나라들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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