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진화의 산증인, 화석25.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뿌리와 이파리 간행 7

무주이장 2023. 3. 27. 15:42

육상식물의 기원: 쿡소니아

 

 우리는 지구의 숲과 초원을 바라보면서 온갖 다양한 동물의 생활을 지탱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식물질이 자라는 초록빛 행성을 찬양한다. 그러나 지구가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지구는 45억 년 역사의 대부분 동안 척박하고 황량한 곳이었다. 혹독한 지표면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육상식물은 없었다. 생명 역사의 처음 15억 년 동안, 광합성 유기체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뿐이었다. 그 후 약 18억 년 전, 진핵세포(DNA를 보관하기 위한 별개의 핵과 광합성을 하는 엽록체 같은 세포소기관들을 갖고 있는 세포)로 이루어진 진정한 식물인 조류의 증거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조류는 번식을 위해서도 물속에 있어야 한다. 물속에 사는 조류의 정자는 물속에서 직접 헤엄을 쳐서 난자를 찾아간다. 녹조류와 다른 많은 원시적인 식물에서는 유성 세대와 무성 세대가 번갈아 나타나는 세배교번이 일어난다. 원시적인 육상식물(고사리 따위)의 포자체는 육안으로 볼 수 있다. 포자체는 감수분열로 만들어진 포자체 포자를 공기 중에 방출하는데, 포자는 축축한 곳에 떨어지면 발아해서 조그마한(1센티미터 이하 크기) 배우체 식물을 형성한다. 배우체는 정자와 난자를 따로 생성하고, 정자는 습기가 있을 때에만 헤엄을 쳐서 난자로 이동할 수 있다. 이런 생식 방법 때문에 대부분의 원시적인 육상식물은 선택할 수 있는 서식지가 한정된다.

 

 그렇다면 식물이 어떻게 땅을 침공했는지에 관해 보여주는 화석 증거는 무엇일까? 최초의 화석 증거는 이끼의 포자에서 나온다. 식물이 육상에서 살면서 크게 자라기 위해서는 중력을 이기고 체액을 전달하고, 호흡을 돕고, 노폐물을 제거하고 수송할 수 있는 복잡한 기관계가 필요하다. 다시마 같은 해조류는 길이가 수 미터에 이르지만, 온전히 바닷물 속에 계속 잠겨 있기 때문에 한 끝에서 다른 끝으로 물을 운반하는 체계가 필요 없다. 이런 운반 체계를 갖고 있는 식물을 관다발식물이라고 하는데, 관다발식물은 식물체 내부의 이곳저곳으로 양분과 체액을 전달하는 관들의 연결망을 갖추고 있다. 관다발식물은 전문용어로 유관속식물이라고 하는데, 이는 내부에 헛물관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가장 오래된 유관속 식물 화석은 매우 작으며 쉽게 보존되지 않는다. 부드러운 유기물로만 이루어져 있고 보존될 확률이 높은 목질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오르도비스기까지는 아무것도 알려져 있지 않다가, (43300~39300만 년 전인) 실루리아기가 되자 쿡소니아Cooksonia라는 단순한 식물이 나타났다. 쿡소니아라는 이름은 고식물학자인 윌리엄 헨리 랭이 1937년에 붙인 것으로, 웨일스의 퍼톤 발굴지에서 이 표본들을 처음 발견한 이자벨 쿡슨이라는 열혈 수집가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쿡소니아는 더없이 단순한 관다발식물이었다. 쿡소니아는 대부분 길이가 10센티미터가 넘지 않았다. 쿡소니아는 잎이 없었다. 식물체의 표면 전체를 통해서 광합성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꽃과 씨앗 같은 더 진화한 구조도 확실히 없었다. 관다발이 있는 육상식물과 녹색 서식지가 지상에 생겨남으로써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 환경이 펼쳐졌다. 특히 동물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다. 오르도비스기 후기의 토양 속에는 구멍이 보이는데, 이 구멍을 팠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래기는 최초의 육상동물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후 실루리아기의 지층에는 전갈, 거미, 최초의 날개 없는 곤충을 포함한 다른 여러 육상 절지동물의 화석이 존재한다. 절지동물이 뭍으로 올라온 지 약 1억 년 후, 드디어 최초의 양서류도 물 밖으로 기어나왔다. 이제 땅은 완전한 불모의 상태로 결코 돌아가지 않았고 늘 녹색식물로 뒤덮여 있었다. 실루리아기 후기로 갈수록 단순한 관다발식물은 더욱 다양해졌다. 그러다 데본기에는 식물의 다양성이 폭발하면서 데본기 후기에 처음으로 숲이 등장했다. 데본기 이후에는 종자로 번식하는 식물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식물들이 자라던 석탄기의 늪지대에 죽어서 진창 속에 가라앉은 식물들은 오늘날 늪지대에서와 마찬가지로 빨리 분해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목질 조직을 소화하도록 진화된 (흰개미 같은) 동물이 늪 속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썩지 않고 그대로 쌓였다가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서 석탄으로 바뀌었다. 석탄이 축적된 만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도 지각 속에 봉인되었다. 석탄기 초기의 ‘온실’기후는 석탄기 후기가 되자 이내 냉실기후로 바뀌었다.  지구는 거의 2억 년 동안 냉실상태에 시달리다가, 쥐라기 중기에 맨틀과 해저에서 일어난 엄청난 변화로 인해서 냉실은 갑자기 온실로 바뀌었다. 사실 지구는 식물과 동물이 존재한 덕분에, 금성처럼 제어 불능 상태의 온실이나 화성처럼 꽁꽁 얼어붙은 냉실이 되지 않고 살 만한 곳이 된 것이다. 지구의 생물계는 석회암(주로 동물)과 석탄(식물)의 형태로 탄소 저장소를 만들어서 이산화탄소를 지각에 가둬둔다. 이것이 자동 온도 조절 장치처럼 작용해서, 지구가 극단적인 온실이나 극단적인 냉실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자연스러운 주기는 우리가 지구에서 무심코 일으켜온 변화로 인해서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는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로 수 백만 톤의 석탄을 태웠고, 그로 인해 석탄 속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가 한꺼번에 방출되었다. 이제 이산화탄소의 양은 조절이 불가능해졌고, 인간은 지구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규모의 초온실상태를 유발했다.

쿡소니아의 복원도. 위키백과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