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진화의 산증인, 화석25.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뿌리와 이파리 간행 6

무주이장 2023. 3. 27. 10:54

연체동물의 기원: 필리나

 

 화석 기록에는 놀라운 형태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 가득하다. 말은 네 발가락을 가진 조상으로부터 진화했고, 포유류는 포유류가 아닌 다른 종류의 동물에서 진화했다. 이 모든 각양각색의 동물문(연체, 환형, 절지, 극피동물 따위)은 어떻게 공통조상으로부터 진화했을까? 이와 같은 체제의 대규모 변화, 즉 대진화의 증거는 어디에 있을까? 아주 오랫동안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다는 것을 나타낼 만한 화석 증거가 전혀 없었고, 이들이 공통조상으로부터 진화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뚜렷한 해부학적 특징만 있을 뿐이었다.

 

 대다수의 연체동물 전문가는 연체동물 공통조상의 체제가 연체동물문에 속하는 모든 동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를 토대로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분자생물학자들은 작은 조직 표본에서 DNA 서열을 얻어 연체동물과 가장 가까운 생물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 이 모든 연구에서 우리가 얻은 해답은 명백하다. 현존하는 동물 중에서 연체동물과 가장 가까운 친척은 흙 속에 사는 지렁이나 거의 모든 바다 밑바닥 서식지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다모류와 같은 체절로 이루어진 동물이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는 여전히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 어떻게 지렁이 같은 동물이 단단한 껍데기에 체절이 없는 몸을 가진 삿갓조개로 진화했을까?

 

 1952년에 코스타리카 해구의 수심 6000미터가 넘는 물속에서는 신기하고 기괴한 여러 심해어와 다른 해양생물들과 함께 흥미로운 생김새의 연체동물이 나왔다. 덴마크의 갈라테아2호 탐사대, 동물학자인 헤니 렘케는 1957년에 이 연체동물 표본을 발표할 기회를 얻었을 때, 이것이 정말로 획기적인 표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화석 필리나와 탐사선의 이름을 따서 이 표본에 네오필리나 갈라테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렘케는 네오필리나가 진정한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지적했다. 화석 기록에서 데본기에 사라진 단판강(그리스어로 껍데기가 하나라는 뜻)이라는 연체동물의 한 무리에서 지금까지 잔존된 속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표본을 연구하자 엄청나게 놀라운 정보가 드러났다!  화석에 두 줄의 근육 흔적이 나타났던 것처럼, 네오필리나에도 그런 흔적을 만드는 근육들이 짝을 이루고 있었다. 이것은 체절이 있는 벌레들처럼 이들의 근육이 체절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이 조개는 체절로 된 근육뿐 아니라, 아가미.콩팥.심장 그리고 쌍을 이루는 신경삭과 생식관도 모두 여러 개씩 갖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네오필리나는 반은 연체동물이고 반은 지렁이 같은 체절 동물이었던 신비스러운 단판류 화석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지렁이 같은 그들의 조상처럼 모든 기관계가 체절화 되어 있었지만, 삿갓조개와 딱지조개 같은 원시적인 연체동물에서 발견되는 외투막과 껍데기와 넓적한 발과 다른 특징들도 갖고 있었다. 1957년에 네오필리나가 기재된 이래로, 살아 있거나 화석 상태인 단판류는 더 많이 발견되었다.

 

 어떻게 이런 중요한 분류군이 그렇게 오랫동안 과학계의 주목을 피할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대양의 가장 깊은 곳의 생물을 채집하거나 연구할 수단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2차 갈라테아호 탐사는 거의 최초로 이 임무를 수행했다. 단판강에서는 현생종이 23종 발견되었을 뿐 아니라, 화석 기록도 풍부해졌다. 네오필리나의 발견은 오랫동안 멸종되었다고 여겨졌던 신비스러운 화석 분류군이 심해에서 잘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한 훌륭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더 중요한 것은, 현존하거나 멸종된 여러 단판류가 기재됨으로써 연체동물이 체절이 있는 벌레들과의 공통조상으로부터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그다음에 연체동물이 고둥.이매패류.오징어류 같은 여러 다른 분류군으로 분화하는 동안 체절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잘 밝혀졌다는 점이다. 아래 이미지는 위키백과에서 가져온 이미지이다. 87쪽의 그림에서 입, 아가미, , 항문을 설명한 그림과 같아서 빌려왔다.

위키백과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