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껍데기를 가진 최초의 동물: 올레넬루스
무엇보다도 삼엽충은 큰 껍데기를 가진 최초의 유기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캄브리아기 최초기에는 부드러운 껍데기를 갖고 살다가 캄브리아기 초기의 세 번째 조인 아트다바니아조에서 광물화된 껍데기를 발달시킨 삼엽충의 가까운 친척들 사이에서 유전적 분기가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대단히 풍부하다. 아마 대기의 산소 농도가 마침내 충분히 높아져서 삼엽충의 껍데기에서 방해석이 결정화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삼엽충 이전의 동물들은 대부분 단단한 부분이나 껍데기가 없는 부드러운 몸이었거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껍데기를 갖고 있었다(2장과 3장에서 설명함).
삼엽충은 가장 오래된 화석 절지동물로 알려져 있다. 삼엽충은 대부분 진흙탕을 뒤지는 퇴적물 섭식동물이었다. 각각의 체절은 바깥쪽의 두 엽과 중심축을 지나는 가운데 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세 개의 엽으로 나뉘어 있어서 ‘삼엽충’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일단 삼엽충을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췄다면 올레넬루스Olenellus는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삼엽충의 하나다. 올레넬루스 무리는 알려진 가장 오래된 삼엽충이기 때문에 당연히 매우 원시적인 모양을 하고 있다.
고생대의 나머지 기간 내내 삼엽충의 멸종 사건이 속출했다. 여기에 포함된 다수의 소규모 멸종은 캄브리아기 후기에 일어났으며, 이 시기에는 몇 번의 재앙이 물결처럼 밀려와서 삼엽충의 다양성을 휩쓸어버렸다. 오르도비스기에 삼엽충은 처음으로 대형 포식자와 맞닥뜨리는 경험을 했다 이 포식자는 아마 앵무조개류였을 것이다. 오르도비스 후기에 멸종이 일어났고(약 4억 5000만 년 전), 실루리아기와 데본기에는 일부 계통만 살아남았다. 삼엽충이 마지막으로 번성한 시기는 데본기다. 마침내 삼엽충은 약 2억 5000만 년 전에 일어난 페름기 대멸종 때 사라졌다. 지구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멸종이었던 페름기 대멸종에서는 전체 해양생물종의 95퍼센트가 사라졌다.
‘모든 멸종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이 멸종의 원인에 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오늘날의 자료에 암시된 바에 따르면, 지질 역사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화산 폭발이었던 시베리아 용암류Siberian lava flow에 의해 촉발된 대단히 급속한 온실 기후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온실 기후로 인해 대양은 생명을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수온이 높아지고 산성화되었을 것이며, 대기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산소가 부족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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