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김서령이 남긴 ‘조선 엄마의 레시피’. 2

무주이장 2023. 3. 27. 16:13

 김서령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사지를 지탱해 주던 가슴속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설레서 빼내게 한다. 빼어내자마자 속이 빈 가슴으로 중량감이 없어진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고 싶다. 좌절해서도 아니고 그냥 꺼낸 그 마음속 조그만 무게를 가졌던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것이 있었나 놀랍고 기뻐서 날아가버릴 듯 균형을 잃어서다. 나를 주저앉혔던 글 중 하나다. 손자를 보는 늙은이가 예쁘기만 하다.

 

엄마는 찔레 맛을 배릿하다고 말했다. 배릿하다는 것은 아직 제 맛을 찾지 못한, 모든 어린것들의 맛이다. 어리고 여린 것들이 굳고 거친 것들을 순화하고 정화한다. 그러려고 해마다 봄은 오고 해마다 찔레는 돋는다. 그러려고 애기들은 꼬물꼬물 태어나 그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제 에미 애비, 할미 할비의 주름진 얼굴을 향해 뻗는다.”(79)

 

김서령은 향토색 짙은 우리말을 마침맞게 구사하였다는 평을 듣는다. 책을 읽으면서 아마도 향토색 짙지만 모르는 단어들이 많을 것 같아 읽으면서 단어장을 만들었다.

 

-시렁에서 콩가루 바가지를 내리다: 1.물건을 얹어 놓기 위해, 방이나 마루의 벽에 두 개의 나무를 가로질러 선반처럼 만들어 놓은 것  2.포도나무나 등나무 따위의 덩굴이 뻗어 자라도록 기둥을 세우고 위를 편편하게 살을 건너질러 맨 것.

-빻은 고추맛: 매운 맛이 중심이고 겸허한 맛이다.

-부빈 고추맛: 맑은 국을 뜬 뒤, 국에다 마른 고추를 부벼넣으면 칼칼한 기운의 맛이 난다. 도도한 맛이다.

-국수를 하려면 우선 고방에 들어간다: 이전에, 집안에 보관하기 어려운 각종 물품을 넣어 두기 위해서 집 바깥에 따로 만들어 두는 집채를 이르던 말.

-눈대중으로 치릇 붓는다: 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다.

-설핏 해가 지다: 1.생각이나 모습 따위가 잠깐 나타나거나 떠오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2.풋잠이나 얕은잠에 빠져든 모양을 나타내는 말3.해의 밝은 빛이 약해진 모양을 나타내는 말.

-만지면 웃음이 나와야 잘 된 반죽이래이. 귓밥그치 말랑말랑해야 된데이.

-안반을 편다: 반죽을 하거나 떡을 칠 때에 쓰는 두껍고 넓은 나무판

-조붓한 봉투: 조금 좁은 듯하다.

-그저 음전하고 덤덤하다: 얌전하고 점잖다.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거나 변화를 보이지 않고 그저 예사롭다

-객구물을 받아먹었다: 없다. 단어가.

-큰 솥과 동솥이 걸린: 옹달솥의 방언(경상) 작고 오목한 솥을 말한다.

-김치도 군둥내가 나기 시작한다: 군내의 방언

-산나물을 캘 때 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짓은 야잘찮았다: 단어를 못 찾았다.

-청둥호박: 아주 많이 익어서 겉이 단단하고 속의 씨가 잘 여문 호박. 엷은 주황색을 띠며 겉에 큰 주름이 있다.

-그는 기분이 아주 삽상하다: 삽상하다는 것은 가볍다는 말이다. 가볍다는 것은 좋다는 의미 그 이상이다.

-다랍고 야잘찮게도 딱 한 줌씩만 사왔다: (기본의미) [()] (무엇이) 거슬릴 정도로 꽤 지저분하다. [()] (사람이나 그 성격, , 행동 따위가) 아니꼬울 정도로 인색하다. 뒤의 인색하다는 뜻이 어울린다. 야잘찮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게 작고 쓸 데없다는 뜻으로 느껴진다. ‘택도 없다’ ‘작고 인색해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과 비슷한 듯하다.

-고담하거나 의젓하거나: 예스럽고 속되지 않으며 담담하다.

-‘명태 보푸름의 개결한 맛이여: 성품이 굳고 깨끗한 맛이여. 보푸름은 단어장에 없다.

-고대포: 대구포를 말하는 안동 사투리

- 그 허망은 내게 명현으로 나타났다: 뚜렷이 나타남.  명현 현상瞑眩現象

장기간에 걸쳐 나빠진 건강이 호전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반응. 근본적인 치료가 이루어지는 징후로 이 반응이 강할수록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