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령의 글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가 머물렀던 과거의 사랑방이 가만히 기억난다. 안동 양반댁이 아니라서 따로 사랑채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모여 얘기를 도란도란 나눈 안방, 그곳이 바로 사랑채였다. 입도 벙끗 못하던 할머니들의 모임이 없는 날이면 할아버지는 궁금해했다. “무슨 일이 있나?” 아무 것도 모르는 나에게나 물었지 할머니에게는 혼잣말처럼도 묻지 못했다. 하마 할머니의 성질을 건드려 다른 집으로 마실을 갈까봐 그랬던 것 같다. 어른들의 속은 알 수가 없는 나이였지만, 서로 건드리지 않으려는 삶의 지혜가 있었던 것 같다. 아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버럭 소리를 질렀던 나에게는 없던 지혜였고, 늦게나마 깨달아 아내의 서운한 마음이 평수를 줄였을 것 같아 다행이다.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던 곳,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던 곳 그곳은 엄동설한일수록 더 따뜻했다.
김서령은 향토색 짙은 우리 말을 마침맞게 구사하였다는 평을 듣는다. 책을 읽으면서 아마도 향토색 짙지만 모르는 단어들이 많을 것 같아 읽으면서 단어장을 만들었다.
-실 한 파람: 타래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전에서는 파람이 안 나온다.
-결삭은 배추뿌리: 잘 발효하거나 익어서 좋은 맛이 나다.
-배추적을 한 두레 구울까요?: 관형사 뒤에서 의존적 용법으로 쓰여, 둥글고 하나의 켜로 되어 있는 덩어리를 세는 단위를 나타내는 말.
-잔칫집처럼 은성해진다: (무엇이) 번화하고 풍성하다.
-위패 앞에 초헌, 아헌, 종헌을 올리고는: 제사를 지낼 때, 신위에 첫 번째 올리는 술잔, 두 번째 올리는 술잔, 세 번째 올리는 술잔을 말함.
-사랑채는 괴괴하게 비었다: 쓸쓸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고요하다.
-얕은 맛: 혀에서만 단, 달게 먹고 난 후에 조금 민망해지는 맛(다 먹고 빈 접시라). 간사해서 사람의 혀를 지배하는 맛. 살짝 ‘죄’의 냄새가 깃든 맛. 식욕이되 성욕과도 흡사하게 허망하고 말초적인 맛. 어린 아기도 느낄 수 있는 맛
-깊은 맛: 먹고 나서 전혀 죄스럽지 않은 맛. (다 먹어도) 빈 접시가 부끄럽지 않은 맛. 양념장이 없으면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종류의 밍밍한 맛. 어른이 되어야, 나이 들어야 제대로 아는 맛.
-자발없고 참을성 없는 이들이 있긴 했다: 가볍고 참을성이 없다.
-버자이너 모놀로그: 억눌린 여성의 성(性)을 다양한 시점에서 표현한 연극작품으로, 여성의 성기를 가리키는 단어 '버자이너(Vagina)'를 파격적으로 사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극작가이자 시인이며 사회운동가로 알려진 이브 엔슬러(Eve Ensler)가 직접 200여 명의 여성들을 상대로 인터뷰한 것을 배경으로 하여 만들었다. 금기의 대상인 여성의 성기를 둘러싼 이야기와 남성에 의한 폭력 경험을 담아낸 고백 형식의 성 보고서로, 금기시돼 왔던 여성의 성에 대해 적나라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억압과 차별에 대한 의식을 풀어냈다.
-‘조백을 갖춘’ 범절있는 음식: 1. 옳음과 그름 또는 잘함과 잘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검은색과 흰색을 아울러 이르는 말
-아련하거나 아득하거나: 또렷하거나 분명하지 않고 희미하다. 가물가물할 정도로 매우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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