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는 어떤 지혜서인가요?
11월의 매일성경 QT가 다니엘서였습니다. 성경을 통하여 역사를 공부한 느낌이 많았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신실함이 넘치면 하나님이 환상을 통하여 미래를 알게 하시는 것이 주술적으로 보였습니다. 한때 들었던 내용이 기억납니다. 불경을 공부하고 도를 깨우치려고 수도를 하면 어느 순간 가벼운 깨우침이 생긴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사람들의 전생이 보인다고 하고, 어떤 분은 남의 사주와 팔자가 보인다고 합니다. 왜 절에 가서 미래를 물어보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분들이 만나시는 스님들이 그런 분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스님들은 이런 깨우침을 경계한다고 합니다. 점파치나 하는 짓이라는 것이지요. 다니엘의 신실함은 어느 수준이었는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11월 마지막 주는 전도서로 QT를 시작합니다. 전도서를 소개하는 송민원 연구원님의 글이 신선함을 줍니다.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성경의 단어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뜻과 다른 개념일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죄’라는 단어는 일상에서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의해 형법상에 정해진 위법행위를 말하지만, 성경에서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다른 예로 ‘지혜’를 성경에서는 ‘하나님을 아는 것’ 더 정확히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아는 것’이라고 합니다. 성경을 구분하여 지혜서라고 하면 잠언과 욥기와 더불어 전도서를 말합니다. 그런데 지혜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고 합니다. 하나는 ‘규범적 지혜’이고 다른 하나는 ‘반성적 지혜’랍니다.
규범적 지혜는 세상에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규범, 즉 패턴이 있다는 말이고, 잠언이 이 지혜를 기록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반성적 지혜는 패턴에 예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거나, 혹은 규범적 지혜가 말하는 패턴을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본다고 합니다. 욥기가 패턴에 예외 있음을 보여주고, 전도서는 패턴과 다른 시각과 관점이 있음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욥의 불행은 모든 일을 인과응보의 원리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고, 전도서도 인과응보의 원리를 반박한다는 점에서는 욥기와 마찬가지로 반성적 지혜에 속해 있습니다만, 전도서는 규범적 지혜의 몇 가지 전제들을 반성적 시각으로 되짚어 봅니다. 첫째, 규범적 지혜가 규정하는 선과 악의 이분법에 의문을 제기하며 아주 긴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생명과 죽음, 건강과 질병 등을 좋고 나쁨으로 바라볼 수 없다고 하고, 둘째, 하나님의 무한하심과 인간의 유한성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하나님께서 정하신 패턴은 영원하지만, 아주 짧은 인생을 사는 인간은 그 패턴을 알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잠언의 지혜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 출발하지만, 전도서의 지혜는 하나님을 알 수 없다는 무지의 자각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하는 게지요?
전도서는 규범적 지혜가 간과하는 부분들을 다루는 반성적 지혜이므로, 전도서가 어떤 규범적 지혜를 그 대화 상대로 상정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잠언은 창조세계의 지배적인 원리로써의 인과응보 사상을 그 기반으로 한다는 점, 선과 악의 기준과 그 사이의 경계선이 명확하다는 점, 그리고 하나님께서 정하신 패턴을 인간이 알 수 있다고 하는 점에서 규범적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도서가 비판하는 규범적 지혜는 잠언과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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