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의 반성적 지혜, 그 신학적 전제와 내용은요?
규범을 알고 패턴을 예측하여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규범적 지혜의 핵심이지만, 전도서의 관점에서는 알 수 없는 미래를 인과응보의 원리로 예측하는 것은 오히려 무지하고 우매한 일이 됩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해서 미래를 대비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전도서의 반성적 지혜는 아예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가르칩니다. 또한 인생이 길지 않다는 것,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지혜라고 말합니다. 인생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도서는 지금 현재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지금 여기’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 지혜라고 설명합니다.
규범적 지혜의 선악 가치관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것처럼, 전도서의 반성적 지혜도 신앙인으로서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인식과 피조물로서의 우리 자신의 한계성, 그리고 겸손하고 성숙한 신앙인이 가져야 할 타인과 주변에 대한 자세에 대해 여전히 큰 울림을 줍니다. 송 연구원이 설명한 울림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전도서는 ‘나’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주의적인 신앙에서 벗어나 천지창조로부터 이어지는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나님과 창조세계를 이해하는 거시적 안목을 제공합니다. 내게 좋은 일이 하나님께도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으며, ‘좋으신 하나님’이란 표현은 ‘내게 좋은 것을 주시는 하나님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둘째, 전도서는 ‘인간 중심적 신앙’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전도서의 인간관은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라는 점에서 동물과 차이가 없음을 강조합니다. 반성적 지혜는 창조세계의 주인이자 주인공은 하나님이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셋째, 전도서는 ‘교만’과 ‘겸손’, 하나님에 대한 ‘경외’를 재해석합니다. 규범적 지혜는 하나님이 패턴을 만드셨기 때문에 그 패턴을 깨달으려고 애쓰는 것이 하나님에 대한 경외이자 하나님 앞에서의 겸손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전도서의 반성적 지혜는 인간이 하나님의 패턴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은 두려운 분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겸손할 수밖에 없는 이유 역시 하나님을 온전히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규범적 지혜의 ‘겸손’이 반성적 지혜에서 ‘교만’이 됩니다. 잠언의 지혜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 출발하지만, 전도서의 지혜는 하나님을 알 수 없다는 무지의 자각에서 출발한다는 말이 됩니다. 앞에서도 정리한 말입니다.
욥기를 읽고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는 하나님의 뜻에 흥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탄과 계약을 맺고 사탄이 욥을 괴롭히는 것을 보는 하나님은 무엇을 증명하고 싶어서 저리도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며 권위적인가 생각할수록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인과응보의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 권력자의 뜻대로, 지 맘대로 갖은 수단으로 권력을 유지하려고 애를 쓰던 지난 시절의 독재정권이 떠올라서 그런지 더욱 참고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런 욥기에 비해 전도서는 아마도 읽어내기가 조금은 수월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집니다. 주술서처럼 보였던 다니엘서를 역사서로 이해하며 읽었듯이 독해를 할 때 제가 읽어내기 쉽도록 편법을 쓰지 않고 전도서를 전도서 그대로 읽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습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서슬 퍼런 독재정권이 인과응보의 원칙에서도, 하나님의 알 수 없는 뜻으로도 결코 용납되지 못하고 바람에 날아가는 티끌이 되었지 않았습니까.
천공이라는 가짜 도인이 시대를 풍미하며 그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천공을 스승이라며 한때 불렀던 사람이 도저히 스승을 스승이 아니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천공의 가르침도 들으면 함부로 엉터리라는 주장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태원에서 죽은 아이들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쉽게 말하는 사이코의 양밥을 따르는 듯한 의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시절에 다니엘의 환상을 읽기가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인과응보를 믿는 저로서는 욥기를 이해하기에 속이 밴댕이와 비슷했습니다. 이런 제가 규범적 지혜를 넘어 반성적 지혜에 까지 도달하기에 버겁겠지만 전도서의 본뜻을 제대로 묵상하고 지혜를 알게 되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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