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대처법

층간소음 대처법

 

 제 집 위층에 새로 젊은 부부가 초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이사를 왔습니다. 이사 오기 전 엘리베이터에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는 안내문이 붙었고, 이삿짐이 들어온 후에는 아이가 뛰는 소리에 새로운 이웃의 입주를 알았습니다. 직전 이웃은 손자들이 놀러 오는 주일에만 뛰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제는 매일 소리가 들리니 모를 일이 아니지요. 비록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나누는 인위적인 교제는 없지만 그렇게 우리는 이웃과 친해지나 봅니다.

 

 인테리어 공사 중 철거공사를 할 때, 소음이 심해 아내는 딸네 집으로 피신을 갔다가, 공사가 종료되는 저녁이면 들어왔습니다. 며칠을 반복했습니다. 공사기간이 한 달 남짓이었으니 낮 시간의 소음은 정도를 달리 했지만 상존하였을 것입니다. 그래도 저녁은 빈 집이 되니 조용하였습니다. 아내가 위층 이웃을 방문한 것은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한 둘이 아녔기에 ‘그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집을 수리해서 이사를 하였으니 집주인은 친구들에게도 자랑하고 싶고 그래서 집들이하는구나 추측하면서도 오미자청을 한 병 챙겨 올라갔다고 합니다. 초인종을 누르니, 문을 열고 나온 안주인은 대뜸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너무 시끄럽지요?” 하고는 사과부터 하기 시작하고, 초대받아 온 아이들과 아이들의 엄마들이 빼곡빼곡히 고개를 내밀고 긴장하며 아내를 살폈답니다. “아니요. 지난번 공사한다고 선물을 보내셔서 답례로 제가 만든 오미자청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그러고 돌아와서는 ‘이렇게 하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간 것인지 알겠지’ 생각했습니다.

 

 저와 아내가 밥을 먹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위층 아이가 활발하게 뜁니다. 뛰는 소리가 심야시간에도 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아이들이야 다 야행성이니, 12시를 넘겨 뛰는 것도 생리에 맞는 섭성이겠지요. 어쨌든 아이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렇다고 위층 이웃을 방문하면 원치 않는 사과의 말과 마찰을 피하려는 이웃의 어쩌면 비굴하기까지 한 태도를 또 봐야 할 것이니 그건 저로서도 불편합니다.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한데… 때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드디어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날까지는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먼저 말을 건네는 이웃이어서 다행이었습니다.

“11층 사시는가 봐요?” 엘리베이터 버턴을 누르는 제게 아이의 엄마가 물어왔습니다.

“예”

 ‘아! 이분들이 새로 이사 온 이웃인가 보구나’ 생각하며 스캔을 했습니다. 튼실한 아들을 사이에 둔 젊은 부부가 엘리베이터에 같이 있었습니다.

“11층 4호 이신가요?” 다시 아이 엄마가 물었고 저는 역시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아이가 시끄러워서 죄송합니다. 조심한다고는 하지만 잘 통제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는 아이의 아빠가 하는 말이었습니다.

“아이가 뛰는 것은 당연하지요. 아이에게 너무 뛰지 말라고 하시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으니 그러실 것 까지는 없습니다.” 그러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12시까지 쉬지 않고 뛰는 것은 조금 그러니, 늦은 시간은 조금 쉬렴.” 제가 아이를 보고 말을 했습니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더군요. 층간소음으로 발생한 이웃 간의 분쟁 경험치가 이들 부부와 아이들의 태도를 긴장시키고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이 아빠가 하는 말을 듣고는 인사를 하고 저는 엘리베이터를 내렸습니다.

 

 아내에게 그들을 만났다는 소식을 전하고 내가 한 말을 전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알아듣겠지?” 아내의 말이었습니다.

“그럼”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아이가 뛰는 소리가 거슬리지 않을 것임을 알았습니다. 아내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제가 한 번씩 “오늘은 많이 뛰네 이놈” 하고 아내에게 말하면 아내는 그럽니다. “애들이 다 그렇지 뭐”

 

 오늘 층간소음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습니다. 소음을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제시되는 해결책이라고 해봐야 실효가 많이 떨어진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충고는 소음으로 일단 피해를 입으면 감정이 피폐해지니,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보시랍니다. 인위적인 교제가 어려운 현실, 이미 소음피해로 인하여 상대방에 대한 짜증이 발생한 상황에서 상대를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나를 바꾸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이웃을 알고 나면 소음이 소음으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소식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옛적 살았던 아파트에서는 위층 이웃이 많이 싸웠더랬습니다. 시간도 짬이 없었고, 우리는 그때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면서도 크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이웃 부부가 무엇을 가지고 저렇게 치열하게 싸우는지를 듣느라 귀를 쫑긋 세우고 어느 한 편에 공감도 하거나 편을 들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소음이 아니라 소식이었습니다. 나중에 그들 부부가 이혼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시 적막이 왔을 때 한편으로 조금 섭섭했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나님의 도움으로 마음 다스리는 축복이 있길 기원합니다.

네가 너를 고발하는 자와 함께 법관에게 갈 때에 길에서 화해하기를 힘쓰라 그가 너를 재판장에게 끌어 가고 재판장이 너를 옥졸에게 넘겨주어 옥졸이 옥에 가둘까 염려하라(누가복음 1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