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스러운 직분을 받았음에도 낮은 종의 태도를 견지합니다” 해설에 대한 유감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낸 서신(고린도후서)에서 “우리는 우리를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 예수의 주 되신 것과 또 예수를 위하여 우리가 너희의 종 된 것을 전파함이라” (고린도후서4:5) 설교합니다. 이를 매일성경에서 “바울은 영광스러운 직분을 받았음에도 언제나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지극히 낮은 종의 태도를 견지합니다”라고 해설합니다. 이 해설에 대하여 유감입니다. 성직자의 높음과 종의 낮음을 대비하여 성직자의 태도를 칭송합니다만 이는 성직자에 대한 이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성직자는 하나님의 말씀과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며 복음을 전파하는 직분을 가진 사람입니다. 말씀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씀을 따라 행동을 하여 뭇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영광스러운 자리입니다. 그러나 이 영광은 이 세상이 흔히 말하는 영광이 아닙니다. 성직자로서 가지고 있는 학위와 배경 그리고 교세를 통하여 영광을 얻는 것이 아니라 성직자가 복음을 전하며 본을 보임으로써 목양된 성도들이 복음을 따라 살아가는 것으로 얻은 영광입니다. 따라서 성직은 세상에서 말하는 높은 직분이나, 존경이 필연적으로, 항상 주어지는, 직위가 아닌 것입니다. 성직자의 직분은 본래 성도들을 섬기는 종의 직분인 것입니다.
종은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상징으로 읽힙니다. 과거 아비가 종이면 자식도 종이 되는 신분과 계급이 굴레 씌운 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종은 지금의 말로 바꾸면 타인을 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입니다. 신분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선택에 의해 주어진 직분이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누구에게는 종이면서 또 다른 누구에게는 주인이 되는 현대를 살고 있습니다. 성직자는 선택에 의한 직분일 뿐입니다. 그런 자리가 마치 당연히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읽힌다면 이는 계급이고 신분이지 직분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위의 고린도후서 4장 5절의 바울의 설교 내용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려 합니다.
바울은 다마스쿠스로 가던 길에서 하나님을 만나, 스스로 사도의 직을 수행하기를 선택하고, 복음을 전하는 하나님의 종이자, 성도들을 섬기며 복음을 전하는 종으로 살 것을 결심한 마음과 같이 행동도 종의 태도를 견지합니다. 바울은 복음을 믿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고 행동도 복음을 따라 같이한 사도였던 것입니다.
교회의 목사직을 거둬들인 성금액을 비교하여 정하자는 말을 공공연히 말하는 성직자, 목사 직분에 걸맞은 학위를 따기 위하여 논문을 표절하는 것을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성직자, 하나님의 성전을 짓는다고 공공의 재산을 점유하고 훼손한 성직자는 이미 성직자로서의 직분을 망각한 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일까요? 누구의 종이 되는 것이 직분인 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저는 믿지 않습니다. (9월 30일 QT 중 묵상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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