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촌지수수와 돈봉투 받기의 차이

무주이장 2020. 1. 14. 10:17

 

촌지수수와 돈봉투 받기의 차이 

 

 요즘은 신문 사회면에서 사라진 말 중에 하나가 촌지수수라는 말이다. 이미 사라진 말을 가지고 글을 쓸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오덕 선생이 쓴 우리글 바로쓰기를 읽으면서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뜻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서다. 

 

 선생은 촌지란 말은 본래 마음만의(그러니까 보잘 것 없는)조그만 선물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 촌지가 신문기사 거리가 되고 사회문제가 된 것은 촌지가 마음만의 선물이 아닌 뇌물로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로 돈봉투라고 할 것이지 어째서 촌지라고 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촌지가 없어지지 않는 것은 바른 말이 없기 때문이고,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바른 말을 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 자신이 돈 봉투를 촌지라고 해서 받아챙기고는 그런 현실을 덮어 가리는 데서야 무엇이 바로잡히겠는가.~~~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꼭 촌지란 말 하나만을 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중심으로 적당무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즐겨 쓰고 있는 모호하게 얼버무리는 말, 흔히 속임수까지 감춰져 있는 이런 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이런 말은 모두 중국글자말로 되어 있다는 사실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촌지수수란 말이 전달하는 이미지와 돈봉투 주고받기란 말이 전달하는 이미지 중 어떤 표현이 정확한 상황을 전달하는 것인지 주장이 갈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정확한 표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는 말과 글이 중요해지고 그런 점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것이 어째서 마음의 선물이 된 것인지 혼동을 일으키는 촌지수수란 말보다는 돈봉투 주고받기란 표현이 훨씬 정확한 표현이라는데 동의한다. 

 

이오덕 선생은 우리말 쓰기를 강조하는 분이다. 처음 그의 글을 읽으면서 이미 대중에게 너무도 익숙한 말들까지 우리말로 바꾸는 것에 당황스럽고 선생의 주장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선명하여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우리말이 가진 장점과 중국글자말과 일본글자말이 짬뽕되어 사용되는 현실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었다. 책을 읽으시려는 분은 두 권으로 된 책 중 2권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1권은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사전을 보는 기분이 들지만 2권은 이야기를 하면서 풀어나가는 형식이라 조금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결론이다. 수수란 말은 주고받는다는 말인데, 우선 말느낌이 우리말 같지 않다. 옥수수나 기장 같은 곡식이름이 되거나 수수하다란 말이 떠오기도 한다. 신문기사에는 대개 받는 쪽의 이야기로 되어있으니 촌지수수돈봉투 받기라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