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강사를 용서한다. 그러면서 주 선생에게 드리는 당부의 글이다.
최근 스타 강사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한 발언이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해당기사를 검색해서 발언 내용을 보니 “수학 가형 7등급 맞았다는 건 3점짜리도 틀렸다는 거지. 안 한 거지. 그렇게 할 거면 용접 배워 가지고 저기 호주 가야 돼. 돈 많이 줘”라고 했다는 것이다.
주예지의 발언을 나누면 다음과 같다.
1. 수학 공부 잘해라. (고득점을 올리려면 수학이 중요하다)
2. 수학 가형 7등급이면 다른 변명할 거 없다. 3점짜리도 틀린 거다(내가 정확하게 너를 안다)
3. 그렇게 공부 안 하면 차라리 대학 가지 말고 용접기술이나 배워라
4. 용접공은 호주가면 돈 많이 번다.
언뜻보면 수학을 가르치는 스타 강사로서 자기의 주장을 편 것으로 틀린 말은 없어보인다. 단지 구세대를 산 늙은이로 헷갈리는 것이 있다. 요즘 세상은 사람을 평가할 때 돈, 인기(혹은 인기, 돈), 사회적 지위의 순서인 것으로 들었다. 공부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고, 돈을 많이 벌고, 그래서 안락한 인생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은 우리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늘 듣던 얘기인데 언뜻보기에 나이 서른도 넘지 않은 듯 보이는 멀쩡한 젊은이가 공부 못 하면 돈 많이 번다는 용접공이 된다고 하니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가 살던 과거는 공부 잘 해서 좋은 직업을 가지고 출세를 하면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그래서 투기나 투자에 성공해서 잘 살 수 있다고 했다. 뇌물도 받을 수 있으니 작은 월급은 문제가 아니었다. 의사, 검사나 판사는 아파트, 승용차, 상가 열쇠 3개를 혼수라고 공공연히 주장하던 시절이었다.
내가 헷갈린 것은 주예지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젊은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인기를 얻으려는(수학강의 실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제공하는 조건이리라)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기가 있으면 돈이 따라온다는 지금을 살면서 사고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주예지는 “경솔했다. 앞으로 말 한마디에 신중하겠다”며 사과를 했다고 한다. 사람은 실수할 수도 있다. 실수를 인정하면 용서할 수 있다. 문제는 주예지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틀이 바뀌지 않으면 이런 실수를 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별과 혐오는 뒤틀린 사고의 틀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 만의 질서정연한 말이다. 젊은 스타 강사가 수학만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돌아보고 증명될 수 있는 화해와 사랑의 공식을 만들기 바란다.
사족
1. 나도 용접공을 무시하는 말을 딸에게 한 적이 있다.
2. 나도 내 말을 들은 딸에게 통렬한 비판을 들었던 적이 있다.
3. 나도 딸에게 고개를 숙였던 적이 있다.
4. 그래서 지금 나는 용접공 사위를 두고 있다.
5. 그 사위 나이에 비해 적지 않은 수입을 얻는다.
6. 그 사위는 그런데 호주에 있지 않다. 국내에 있다.
7. 난 딸과 사위에게 용서를 받았다. 지금도 난 나의 말을 생각하면 진땀이 난다.
주예지 선생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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