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용 지음 18

역사가 되는 오늘. 전우용 지음. 21세기북스 간행 5

젊은 남성들의 ‘반동화’, ‘보수화’는 사실인가? 음식점에서 자칭 페미니스트 여성이 옆 테이블의 남성에게 먼저 도발을 하고는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발을 했던 사건이 기억납니다. 20대와 30대 젊은 남성들이 들불처럼 분노를 태웠지요. 연세대학교였나요?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집회를 해서 자기들의 수업권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요. 젊은이들이 ‘반동화’, ‘보수화’ 되었다는 말들이 여기저기 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를 심리적으로 분석하기도 하고, 경쟁이 치열한 신자본주의 체제를 탓하기도 합니다. 역사학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궁금했습니다. 마침 선생의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에도 소개를 했지만 일본 천황제 군국주의가 ‘현모양처론’을 만들어낸 건 남자들을 가정에서 빼내어 천황에게만 충성..

매일 에세이 2023.11.26

역사가 되는 오늘. 전우용 지음. 21세기북스 간행 4

어버이 친(親), 친일의 정의 친(親)을 검색하면 ‘친하다’는 뜻 말고 ‘어버이’ 뜻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선생은 친일파의 친이 친구라는 뜻이 아니라 어버이라는 뜻이다고 풀이합니다. 일본어에서도 오야지(親父)는 아버지, 오야붕(親分)은 ‘아버지처럼 의지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일본과 친한 것하고 일본을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별생각 없이 친일을 생각하면 일본을 선망하며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떠오를 수 있겠지만, 어버이 뜻으로 친일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일제강점기를 극복하려고 애를 쓰며 일본과 친해지려고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자기의 입장이 왜곡되고 오해될 수 있어 선뜻 선생의 단어 풀이가 불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의 설명..

매일 에세이 2023.11.17

역사가 되는 오늘. 전우용 지음. 21세기북스 간행 3

‘지랄 염병하고 자빠졌네’ 욕의 용례 욕의 올바른 용례를 알기 위해서는 역사를 살펴봐야 합니다. 선생은 욕도 개인적 징벌이기 때문에 옛날에는 죄질에 따라 상응하는 욕을 가려 썼다고 설명합니다. 1. ‘벼락 맞을 놈’은 천인공노할 죄를 저지른 자에게 쓰는 욕이라서 가까운 사람에게는 안 썼습니다. 2. ‘육시랄’, ‘오살할’ 등은 패륜적 행위에 써는 욕이랍니다. 3. ‘제미랄’, ‘제기랄’은 인간의 염치를 저버린 자들에게 썼습니다. 4. ‘지랄하네’, ‘염병하네’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욕으로서, 상식 밖의 행위, 앞뒤가 안 맞는 말, 이랬다 저랬다 하는 자, 허튼소리를 하는 자 등에게 썼습니다. “며칠 전까지 ‘백신이 부족해 큰일’이라던 언론사가 이제는 ‘백신이 남아서 큰일’이라고 합니다. 작년 우리나라 국민..

매일 에세이 2023.11.13

역사가 되는 오늘. 전우용 지음. 21세기북스 간행 2

엘리트의 수준과 사회의 수준 학창 시절 누구나 경험한 일들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질문할 사람 손들고 하라고 하면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은 경험입니다.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경험입니다. 기억나시죠? 그 기억을 떠올리신 김에 왜 그랬는지도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첫째, 질문이 초점이 없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제 실력이 들통나는 것이 두려워서입니다. 핵심을 찌르는 질문으로 모두의 시선을 잡고 싶은데 능력이 안 되는 것을 자각한 이유입니다. 둘째, 질문이 허술하다고 하더라도 선생이 질문을 바로 잡고 성실히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의 허술함을 지적하고 쫑꼬를 주며 심지어는 교실 앞으로 나오라고 해서 두들겨 팰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주체의 자질’ 문제이고..

매일 에세이 2023.11.13

내 안의 역사. 전우용 지음. 푸른역사 간행 2

현모양처와 삼종지도 “저는 현모양처가 되고 싶습니다” 여자들에게 미래의 꿈을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남편을 출세시키고,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헌신을 다한 여성들의 모습은 지금도 엄연합니다. 다만 ‘현모양처’라는 말만 하지 않을 뿐, 자신들의 욕망을 현모양처의 틀에서 꺼낸 어머니와 아내들은 많지 않습니다. 현모양처론은 유교사회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선생은 하고 있습니다. 유교에서는 현모양처가 아닌 삼종지도가 여성에게 기본 덕목이었습니다. 어려서는 아버지에게, 시집가서는 남편에게, 늙어서는 자식에게 순종하는 것이 여성이 평생 지켜야 할 도리라는 말입니다. 여성이라면 한 번은 들었을 옛말입니다. 그럼 현모양처론은 어디에서 나왔느냐?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 창안되어 2..

매일 에세이 2023.09.27

내 안의 역사. 전우용 지음. 푸른역사 간행 1

전우용 선생은 우리 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의 역사적 배경이나 사건의 성격, 그 사건의 인문학적 의미를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저런 소양을 갖추었는지 신기하고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내 안의 역사’를 읽으면서 역사 이야기에는 우리 평민들의 일상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동안 저는 크고 굵직한 역사적 사건만을 의미 있는 사건 사고로 착각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생활사를 많이 아는 선생은 2023년 오늘 일어난 사건 사고를 보면 자연스럽게 과거 역사 속 비슷한 사건 사고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은 그리스 신화부터 현대 추리소설까지 어떤 장르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선생의 글을 읽다가 제가 아내와 아이들에게 상..

매일 에세이 2023.09.26

역사가 되는 오늘. 전우용 지음. 21세기북스 간행 1

선생의 책, ‘민족의 영웅 안중근’, 그리고 ‘망월폐견’에 이어 책 두 권을 더 샀습니다. ‘역사가 되는 오늘’ 그리고 ‘내 안의 역사’입니다. 오늘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의 의미를 해석하고 분석하여 비판과 각성을 통해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미래, 더 자유로운 미래, 더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 결심을 하고 실천하게 하는 교재로 아주 유용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선생의 글은 위트와 교훈이 가득합니다. 그러면서도 글에 억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선생의 글을 좋아하게 된 이유입니다. ‘역사가 되는 오늘’의 부제는 ‘역사학자 전우용이 증언하는 시민의 집단기억’입니다. 가족모임과 국민의례, 국가와 정부의 구분 “가족모임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최재형 씨 일가 사진이 화제입니다. 이 사진을..

매일 에세이 2023.09.24

민족의 영웅 안중근. 전우용 지음. 한길사 간행 1

안중근의 생각과 대한민국 헌법정신(346-351쪽) 1 안중근 동양평화론의 핵심은 분쟁의 축을 평화의 축으로 바꾼다는 역발상에 있었으며, 이 역발상은 ‘힘’ 만능의 세계관을 극복할 때에만 가능했다. 그는 힘이 아니라 도의로만, 경쟁이 아니라 연대로만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약육강식과 우승열패는 신의 뜻이자 자연법칙이며, 강국들 사이의 일시적 세력균형이 곧 평화라고 주장했던 사회진화론자들과는 정반대 논지를 편 것이다. 그의 생각은 이단적이며 비합리적인 것으로 치부되었다. 이토 히로부미나 일본인 검찰관 미조부치의 관점에서는 안중근이 바보나 광한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안중근의 평화론은 제국주의 시대 약소민족의 보편적 염원을 담은 것이었으며, 비인도적 제국주의 자체를 공박할 수 있는..

매일 에세이 202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