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의 책, ‘민족의 영웅 안중근’, 그리고 ‘망월폐견’에 이어 책 두 권을 더 샀습니다. ‘역사가 되는 오늘’ 그리고 ‘내 안의 역사’입니다. 오늘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의 의미를 해석하고 분석하여 비판과 각성을 통해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미래, 더 자유로운 미래, 더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 결심을 하고 실천하게 하는 교재로 아주 유용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선생의 글은 위트와 교훈이 가득합니다. 그러면서도 글에 억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선생의 글을 좋아하게 된 이유입니다. ‘역사가 되는 오늘’의 부제는 ‘역사학자 전우용이 증언하는 시민의 집단기억’입니다.
가족모임과 국민의례, 국가와 정부의 구분
“가족모임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최재형 씨 일가 사진이 화제입니다. 이 사진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그가 ‘공사구분’을 못 한다는 사실입니다. 가정은 사생활 공간이고, 가족은 사적 공동체입니다. 파시즘의 주요 속성 중 하나는 가족단위의 사생활을 공적으로 통제하려 든다는 점입니다. 예전 극장에서 영화 시작하기 전에 ‘국민의례’를 했던 것도 사람들의 사생활을 공적으로 통제하려 했던 파시스트들 때문이었습니다. ‘문 정부는 파시즘’이라고 주장하던 자들이 진짜 파시스트를 보고는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위기 징후입니다.”(32쪽)
‘국제시장’ 영화를 박근혜 대통령이 보러 갔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영화에서는 부부가 서로 싸우다 국기 하강식이 시작되자 모든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싸우던 것도 멈추고, 대화도 끊고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올려 깃대에서 내려오는 국기를 향해 부동자세를 취합니다. 그때는 국민 모두가 애국심이 흘러넘쳤다며 박정희 정권을 찬양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습니다. 가난을 극복한 아버지, 사심이 없는 지도자의 영도로 우리가 가난을 극복한 눈물겨운 이야기로 독재자 대통령의 딸은 추억을 소환하며 영화를 보았을 것입니다.
국군의 날 보무도 당당한 우리 국군을 보면서 열과 오가 정확히 맞는 정돈된 대열이 국방력의 상징처럼 보였습니다. 열병을 잘해야 좋은 군대로 보였습니다. 국군의 날은 10월 1일입니다. 여름의 끝자락입니다. 여의도 광장에 육해공해병대까지 키 크고 몸매 좋은 군인들이 한두 달 전부터 모여 국군의 날 시가행진 연습을 시작합니다. 사격 연습 한번 더하고, 전투 훈련 한 번 더 할 수 있는 시간에 모인 군인들은 열과 오를 맞추기 위해 더운 여름, 비지땀을 흘리며 훈련을 합니다. 장성들은 마치 국방력의 척도라도 되는 듯이 뺑뺑이를 돌렸습니다만, 여의도 광장에서 큰 소리 뻥뻥 치며 사병들을 뺑뺑이 돌렸던 그 장성들이 우리 군대는 전시작전권도 가져올 수 없는 군대라고 고백을 하였습니다. 결국 우리의 전투력은 오와 열에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와 열이 군대의 본질이 아니고, 군대의 힘을 측량하는 척도가 아니듯이 우리가 국민의례를 한다고 해서 나라사랑이 꽃피고 애국심이 넘치는 나라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물며 집안 행사에 국민의례를 하는 것이 나라사랑의 표상이 되고, 애국심을 재는 척도가 될 수 없고 오히려 공사구분을 못한 증거라는 얘기는 선생이 설명해주지 않더라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이랍시고 최재형 씨가 가족행사를 하며 국민의례를 한 것에 의미 부여하며 국민을 계몽하려는 짓은 국민의 수준을 무시하고 반풍수가 좌청룡 우백호를 말하고 공자 앞에서 문자를 쓰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는 어림도 없는 수작일 뿐입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국민의 절반을 반국가세력이라며 금방이라도 총칼을 들이댈 듯 공격하는 대통령은 5년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는 정부의 대표일 뿐입니다. 대통령의 취임선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통령은 법에 정한 직무를 성실히 하여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사람이지 대통령이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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