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용 선생은 우리 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의 역사적 배경이나 사건의 성격, 그 사건의 인문학적 의미를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저런 소양을 갖추었는지 신기하고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내 안의 역사’를 읽으면서 역사 이야기에는 우리 평민들의 일상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동안 저는 크고 굵직한 역사적 사건만을 의미 있는 사건 사고로 착각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생활사를 많이 아는 선생은 2023년 오늘 일어난 사건 사고를 보면 자연스럽게 과거 역사 속 비슷한 사건 사고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은 그리스 신화부터 현대 추리소설까지 어떤 장르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선생의 글을 읽다가 제가 아내와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것은 저의 천성 때문이 아니라 제가 못 배워서 그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러분들은 배우고 익혀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시지 않길 바랍니다. 선생의 글을 소개합니다.
"낯설어라 사랑, 낯뜨거워라 연애
사랑은 순우리말이 아니다. 한자어 상량(商量)이 변한 말이다. 이와 가장 가까운 순우리말 단어는 ‘헤아리다’로서 계산하다, 계측하다와 비슷하다. 사고 유형으로는 수학적 사고에 해당한다. 사물과 사상, 타인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려면 신중하고 세심하며 정밀하고 집요해야 한다. 이렇게 보자면 본래적 의미의 사랑이란 상대를 오래 생각하는 사모나 상대의 마음을 세심히 헤아리는 이해,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미리 알아서 채워 주는 배려 등을 포함하는 마음이다. 배우지 않고 수학 문제를 풀 수 없듯이, 사랑도 배우고 익힌 다음에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랑이 본능이라면 모든 사람이 사랑에 능할 테지만, 사실은 사랑에 서툰 사람이 훨씬 많다."
제가 아내와 아이들에게 제대로 사랑을 못한 것은 신중하지 못하고 세심하지 못하며 정밀하지도 집요하지도 못해서임을 알았습니다. 사모하는 마음이 분명히 있었는데도 상대의 마음을 세심히 헤아리는 이해가 부족했고 상대가 필요한 것을 미리 알아채지도 못했고 알아도 채워주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저의 잘못을 인정하면 이제부터라도 배울 생각을 하겠지요. 애틋한 말년의 부부생활과 아이들과의 좋은 관계를 기대하려면 먼저 사모하는 마음, 세심히 아내와 아이를 이해하고, 배려심을 길러야 하겠습니다. 다짐을 해봅니다.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했지요.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안동 유생 이응태의 부인 ‘원이 어머니’가 한글로 써서 남편 무덤에 넣은 편지의 한 구절이라고 합니다. 남편 이응태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기에 아내의 애틋한 사랑 편지를 죽어서까지 받을 수 있었을까요? 심술 많은 사람은 남 보라고 쓴 편지라고 퉁을 놓을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편지 글이 너무 애틋하고 진심이 서려 있습니다.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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