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완 11

심여사는 킬러. 강지영 장편소설. 네오픽션 간행

경쾌하게 읽히는 글을 쓰는 작가로 저는 고 최인호 선생을 기억합니다.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때는 인터넷도 없어 책을 통해 책을 소개받은 경우라 그의 작품을 읽은 것이 몇 권 되지는 않습니다. 영화를 본 건지 책을 본 건지 그것은 제 서가를 찾아봐야 확인을 할 수 있겠지만 그의 글이 술술 읽혔다는 것은 기억이 선연합니다. 잃어버린 왕국, 길 없는 길, 유림(이건 전체를 다 읽지는 않았습니다)처럼 역사나 종교를 소재로 쓴 글도 쉽게 설득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훌륭한 글쟁이, 소설가로 기억합니다.  고 최인호 선생을 이어 경쾌한 글을 쓰는 작가로 저는 극작가 김수현이 생각납니다. 맞받아치는 대사의 경쾌함은 궁합이 맞는 연기자와 찰떡이었습니다. 대부분 드라마를 통해서 그의 작품을 만났지만, 1..

매일 에세이 08:51:55

므레모사. 김초엽 소설. 현대문학 간행

“시간이 흐르면 어떤 죽음은 투어의 대상이 된다. 여행자는 자유롭게 넘나드는 존재이면서 침범하고 훼손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쓰며 그 사실을 생각했다.” (작가의 말 201쪽)  재난이 덮친 므레모사를 찾는 사람들은 그곳에 자진하여 귀환한 자들을 궁금해합니다. 재난현장을 도망치기에도 바쁠 텐데 오히려 스스로 귀환을 한다는 것이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음모가 있지 않을까 의심도 합니다. 의심하는 자는 존재할 수 없는 곳이 므레모사입니다. 단내가 풍기는 도시, 암시가 냄새처럼 퍼진 도시, 그곳은 귀환자들과 방문자들이 공생하는 공간입니다. 의심하는 자는 살해되고, 의심하는 자는 추방되는 도시입니다. 암시에 걸려 바늘에 꿰어 사는 사람들은 전혀 고통을 모르고 탈출에 동의하지 않습니..

매일 에세이 2024.11.26

성소년. 이희주 장편소설. 문학동네 간행

이야기를 쓰는 일이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은 짧은 이야기 한 편에 매달려 애를 써보면 알게 됩니다.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창작이 직업인 사람에게도 예외가 없을 것입니다. 시작은 재미있지만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 시작이 별 흥미를 끌지 못하더니 갑자기 흥이 돋는 이야기도 있을 법합니다. 요즘처럼 비디오방을 가지 않고도 리모컨 하나만 있고 약간의 여유만 있다면 책 읽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썰을 푸는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만 재미있는 영화를 찾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작가나 영화감독이나 참 어려운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마시고 파이팅 하시기 부탁드립니다.   연예인 출근길에 얼굴 한번 보자고 따라붙는 팬들이..

매일 에세이 2024.11.25

기억서점. 송유정 장편소설. 다산북스 간행

주말 이웃들과 융건릉을 갔습니다. 부부가 함께 합장이 된 뒤 혜경궁 홍 씨의 소회는 애틋함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 옆에는 아들 정조가 아내와 함께 합장되었으니 부자가 같은 산 능선 아래 살아서 느끼지 못했던 정을 나누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융건릉(隆健陵)은 사적 제206호로 지정된 문화재로 장조(사도세자)와 그의 비 헌경왕후(혜경궁 홍 씨)를 합장한 융릉(隆陵)과 그의 아들 정조와 효의왕후를 합장한 건릉(健陵)을 합쳐 부르는 이름으로 경기도 화성시 안녕동에 있다)(위키백과).  능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을 걷다가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고 갑자기 전혜린이 생각났습니다. 그의 책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읽은 때가 20대였으니 불확실한 기억이지만 ‘행복은 찰나이고 그 짧은 행복을 기다리며 영원할..

매일 에세이 2024.11.22

해가 지는 곳으로. 최진영 장편소설. 민음사 간행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에 잠 못 들었던 경험이 너무 좋았나 봅니다. 최진영 작가의 책을 도서관 서고에서 뺐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느낌이 다른 글에 의구심을 가지면서 그래도 일요일 시간을 내어 책을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출근하여 블로그 글을 검색하니 제가 읽은 ‘밝은 밤’의 주인공은 최은영 작가였습니다. 나쁜 기억력을 탓하기 전에 작가의 글이 다름을 느낌으로 알아차린 저의 감각에 먼저 칭찬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서평을 작성하는 것은 기억을 믿기보다는 기록을 믿기 때문입니다. 최은영 작가와 최진영 작가 두 분을 어쨌든 다 알게 되었습니다.   팬데믹이라는 말을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경험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입니다. 지금도 아직 팬데믹의 주역인 바이러스, 코로나-19는 변형을 계속하며 우리 주위를 서..

매일 에세이 2024.11.21

원더풀 사이언스. 나탈리 엔지어 지음. 김소정 옮김. 지호 간행 5

물리, 화학, 진화생물학, 분자생물학, 지질학, 그리고 천문학 4   120억 년 전 무렵, 그러니까 빅뱅 후 17억 년 정도 지났을 무렵에 우리 은하를 비롯해 오늘날의 우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은하들이 탄생했습니다. 50억 년 전쯤, 폭발하는 초신성이 발산하는 충격파와 그 별이 함께 뱉어낸 영양가 높은 무거운 원소들이 성간 공간으로 튀어나오면서 우리 은하의 팔 가운데 하나를 만들 가스와 별 부스러기를 자극해 수축하기 시작했고 수축해 가는 동안 성운은 회전을 하게 되고 점점 평평한 원반 모양으로 변해갔습니다. 원반의 중심부는 마침내 핵융합반응을 시작합니다. 원반의 중심부에 가까울수록 기체들은 우주로 날아가고 뜨거운 온도를 이겨낼 수 있는 암석과 금속만이 남았습니다. 태양계 안쪽에 있는 수성, 금성, 지구..

매일 에세이 2024.11.20

원더풀 사이언스. 나탈리 엔지어 지음. 김소정 옮김. 지호 간행 4

물리, 화학, 진화생물학, 분자생물학, 지질학, 그리고 천문학 3  천문학은 태양계와 행성 그리고 위성을 설명하면서 우리 태양계가 위치한 은하 그리고 전체 우주에 있는 수조 개의 우주를 설명합니다. 우주의 첫 시작인 빅뱅도 설명하지요. 천문학은 빛에 의존하며 빛을 분석하는 학문입니다. 우주를 빛으로 이해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납니다. 원자들은 고유의 빛이 있고 빛은 파장이 있으며 적색 편이 현상과 청색 편이 현상으로 빅뱅과 은하가 서로 다가섬을 알 수 있다는 설명은 단순하여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덩달아 도플러 효과를 이해하게 합니다. 저는 별도 수명이 있고 별이 어떻게 변하면서 수명을 다하는지는 들었지만 그 이유는 이 책을 통하여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부분만 정리하고자 합..

매일 에세이 2024.11.19

원더풀 사이언스. 나탈리 엔지어 지음. 김소정 옮김. 지호 간행 3

물리, 화학, 진화생물학, 분자생물학, 지질학, 그리고 천문학 2  세포는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째, 미끈미끈한 세포막이 있고, 이는 세포와 주변 환경을 분리시켜 줍니다. 둘째로 끈적끈적한 내부는 세포질로 세포의 거의 대부분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동 명령이 담겨 있는 매뉴얼이자 내일로 가는 기차표, 세포의 유전물질인 DNA 저장소까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포의 3대 요소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예 하나가 바로 달걀입니다. 달걀은 세포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막이 있고 우리가 노른자위라고 부르는 먹을 수 있는 끈적끈적한 세포질이 있습니다. 또 수정란이 아닐 경우에는 체세포 유전자의 절반밖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그래도 어쨌든 반 일지라도 분명히 유전물질을 지니..

매일 에세이 2024.11.18

원더풀 사이언스. 나탈리 엔지어 지음. 김소정 옮김. 지호 간행 2

물리, 화학, 진화생물학, 분자생물학, 지질학, 그리고 천문학 1  저자가 소개하는 과학은 따라가기가 어렵긴 했습니다. 수학적 지식을 가지지 않은 일반인도 알 수 있게 말로 풀어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열심히 따라가다 보니 ‘밑줄 쫙’이 책의 여기저기에서 소란합니다. 기본적인 물질과 힘을 탐구하는 과학이라며 물리학을 설명하는 장에서는 원자의 성질을 설명하고, 원자들이 서로 반응하는 원리를 알려줍니다. 원자들이 반응하는 원리와 그로 인한 물질과 에너지의 생성, 전자와 전기를 설명하더니 원자들이 만든 우주가 물질과 에너지라는 두 가지 기본 요소로 되어 있다는 설명에 이릅니다. 물질과 에너지는 곧 생명을 뜻한다고 결론을 내면서 물리 이야기에서 화학의 세계로 이동합니다.  MIT의 재료공학과 교수인 도널드 사도..

매일 에세이 2024.11.15

‘아기 동물’이라는 말 왜 불편할까요(시사in894호). 최태규(수의사)

이 글을 쓴 최태규 수의사(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는 반려동물의 지위가 사람과 동격까지 올라서 대충 ‘아기’든 ‘아이’든 그렇게 불러도 크게 틀어진 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 말이 불편하다고 합니다. 엄연히 다 자란 개는 강아지가 아님에도 개라 부르지 못하고 ‘강아지’로 왜 불리는가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혹 뿌리 깊은 가부장제에 갇혀 ‘여성주의적 돌봄 관점으로’ 동물을 보지 않으려는 것은 아닌가 자기 검열(변명)을 합니다. 더 나아가 ‘옹이처럼 박힌 남근중심주의’라는 장황한 단어도 사용했습니다. 앞의 자기 검열은 이해가 되었지만, 뒤의 표현은 과유불급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칼럼의 요지는 개를 강아지라 부르며 돌보는 사람들의 폭력성과 그 대상이 짊어져야 하는 고통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매일 에세이 202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