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화학, 진화생물학, 분자생물학, 지질학, 그리고 천문학 4
120억 년 전 무렵, 그러니까 빅뱅 후 17억 년 정도 지났을 무렵에 우리 은하를 비롯해 오늘날의 우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은하들이 탄생했습니다. 50억 년 전쯤, 폭발하는 초신성이 발산하는 충격파와 그 별이 함께 뱉어낸 영양가 높은 무거운 원소들이 성간 공간으로 튀어나오면서 우리 은하의 팔 가운데 하나를 만들 가스와 별 부스러기를 자극해 수축하기 시작했고 수축해 가는 동안 성운은 회전을 하게 되고 점점 평평한 원반 모양으로 변해갔습니다. 원반의 중심부는 마침내 핵융합반응을 시작합니다. 원반의 중심부에 가까울수록 기체들은 우주로 날아가고 뜨거운 온도를 이겨낼 수 있는 암석과 금속만이 남았습니다. 태양계 안쪽에 있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같은 내행성이 암석과 금속으로 된 핵을 갖는 지구형 행성이 된 이유입니다. 원반의 바깥쪽은 얼음이 얼 정도로 추웠기 때문에 얼음 입자가 가스와 먼지와 한데 섞여 눈덩이가 커지듯 커져 소위 기체 행성이라고 부르는 네 개의 외행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 됐습니다.
태양계의 최외각에 위치한 가장 차갑고 얇은 카이퍼대에 있는 작은 천체들은 몸집을 키울 만한 재료가 거의 없어 명왕성 열 개를 합해도 수성보다 작으며 지구만큼 키우려면 최소한 명왕성이 150개는 있어야 합니다. 태양의 핵이 고갈되면 태양은 상대적으로 얇은 대기 속 수소를 이용해 불타기 시작할 테고 태양의 둘레는 지금보다 30배 정도 커질 것입니다. 부피가 팽창한 태양은 지금보다 차가운 별이 되고 방출하는 복사선의 색도 더 붉어집니다. 우리의 태양은 적색 거성이 되며 이때 목성의 위성인 가니메데나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은 하늘이 청명해지고 얼음은 모두 녹아 대양이나 강을 이루어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것입니다. 태양은 적색 거성인 상태로 20억 년 동안 빛을 발할 것입니다.
외곽에 있는 수소까지 다 써버린 태양의 핵은 급속도로 수축하기 시작하고 상부 층은 허물을 벗듯 우주로 날아가버립니다. 결국 남는 것은 지구보다 조금 큰 산소와 탄소의 잿불 덩어리입니다. 한때는 태양계를 밝히는 등불이었고 한때는 기운 찬 적색거성이었던 우리들의 태양은 더 이상 핵융합반응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순수한 열기로 나머지 생애 동안 빛을 내는 상태를 유지할 것입니다.
천문학에 관한 설명을 끝으로 442쪽에 이럽니다. 수박 껍질을 핥았다고 수박 맛을 알 수는 없지만 핥아야 껍질에서는 맛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수박을 쪼갤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원더풀 사이언스’는 생명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빠진 물을 대체할 새로운 물을 자꾸 붓다 보면 언젠가는 ‘오 마이 사이언스’를 외치며 벌거벗은 채 욕조 밖으로 뛰어나올 때가 분명히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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