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역사가 말하다 6

오늘 역사가 말하다. 전우용 지음. 투비북스 간행 6

쌍팔년도 (130쪽) 제가 다녔던 과거 상업고등학교에서는 ‘일반상식’이라는 과목이 있었습니다. 은행의 입행시험 과목 중 하나였습니다. 두께도 제법 두꺼운 책으로 기억합니다. 책의 구성은 말 그대로 일반적인 ‘상식’을 나열한 책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공식 인정한 국제기구인 UNCTAD를 묻고 이를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하나의 상식을 설명하는 문장은 그리 길지 않아 책 한 쪽수에 5~6개의 상식을 설명하였습니다. 조각난 상식을 알기 위해서는 좋은 책이었지만 이들 상식이 연결된 지식을 배우기에는 기대 난망이었고 지식이 상식에 그쳐 지혜를 얻는 것도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휴전’은 6.25 전쟁이 끝난 것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정실인사도 알 듯합니다. 원조물자도 부정축재도 아는 말..

매일 에세이 2024.01.08

오늘 역사가 말하다. 전우용 지음. 투비북스 간행 5

조선의 학생운동 권당 (128쪽) 권당이란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의 ‘학생운동’이었다고 합니다. 정치적이거나 비정치적인 사건이 있으면 유생들이 집단적으로 ‘기숙사’를 이탈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종이 궐 안에 내불당을 짓자 유교를 숭상하던 유생들이 그랬고, 성종 때는 교관이 회초리로 때렸다고 해서 그런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선생은 학생운동은 여러 이유로 일어났지만, 일제강점기 이후로는 주로 ‘지식인 정치운동’의 일환이었다고 설명을 합니다. 대학교육이 대중화하기 전에는, 대학생들은 대개 ‘중산층’ 이상의 가정 출신이었고 스스로 ‘지식인’이거나 ‘예비 지식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이해관계보다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우선했었지요. 그런데 근래의 반값 등록금 운동을 보면, 학생..

매일 에세이 2024.01.08

오늘 역사가 말하다. 전우용 지음. 투비북스 간행 4

선교사의 똘레랑스 (112쪽) 과거 법학개론을 배울 때 기억나는 내용이 있습니다. 총을 고정, 거치하고 사격을 하면 총알은 같은 곳에 탄착점을 만드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물리학이라는 자연과학이 항상 같은 답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법학의 결론이 그때그때 사안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오더라도 학문으로서 과학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사회과학, 인문과학이더라도 깊이 들어가면 자연과학과 상통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법관의 판결에 깊은 법학 지식의 기반이 있다면 그 판결이 과학이 적용되는 현실과 동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검사로서 수사를 한 경험이 있어 그 분야에 전문가다”라는 주장이 참인 것은 아닙니다...

매일 에세이 2024.01.08

오늘 역사가 말하다. 전우용 지음. 투비북스 간행 3

거짓말 (96쪽) 사람들이 거짓말을 분간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래 글에서 공부를 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설명을 했습니다. 공부를 하면 다른 사람이 자기를 속이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면서 최상급의 정치인을 부리기 위해 역사공부를 권하는 선생을 이미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거짓말의 어원을 찾아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거짓과 거죽은 어원이 같다고 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책을 찾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거짓과 가죽 모두 ‘겉’에서 온 말인데, 거짓은 속이 비었거나 겉과 속이 다른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허언이라고 합니다. 달리 사언, 즉 ‘속이는 말’이라고도 하는데’ ‘속이다’ 역시 ‘속’에서 나온 말로 추정합니다. ‘속’을 본래의 것과 다른 ‘겉’으로 꾸미는 행위이지요. 예컨대 개고기를 ..

매일 에세이 2024.01.05

오늘 역사가 말하다. 전우용 지음. 투비북스 간행 2

정치인의 역사의식 (77쪽) 대학 입시원서를 작성할 때였습니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저의 친구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을 정하든, 직장을 다니며 야간대학을 가든 상과 대학으로 갔습니다. 회계학이나 경영학이나 아니면 경제학을 배우길 원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들을 따라 상과 대학의 한 과를 선택하여 입학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서가 정한 대로 빈칸을 다 채우고 나니 별지에 입학 후 어떤 각오로 공부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다가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입학할 때부터 거짓말을 하고 시작한다면 학업을 끝마칠 때까지 괴로울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래서 다시 입학원서를 구해서 이번에는 법과 대학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저의 선택이 옳은 것이었는지..

매일 에세이 2024.01.05

오늘 역사가 말하다. 전우용 지음. 투비북스 간행 1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을 우리는 바보라 부릅니다. 실수는 누구나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용납을 하지 않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역사가 반복된다면 그런 역사를 만든 사람들이 바보란 말이 될 것입니다.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전제가 있습니다. 과거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알지도 못하는 역사인데 어떻게 반복 여부를 알 수 있겠습니까. 선생의 짤막한 글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역사를 반복하는 실수를 거듭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무언가 조금은 다른 역사를 보기도 합니다. 귤을 키우려다 탱자가 된 아쉬운 역사도 봅니다. 안타까움에 아쉽고 분함에 치를 떨기도 합니다. 그런 인식들이 모여서 우리는 오늘의 역사를 과거의 그것과는 다른 역사로 쓰는 것이겠지요...

매일 에세이 2024.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