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6

당신을 찾아서 창비시선438. 정호승 시집. 창작과 비평 간행 3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서의 경험입니다. 해운대 백사장과 동해와 남해가 만난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멍하니 바다를 볼 때가 잦았습니다.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익숙해지니 바다 가운데에서 하얗게 파도가 치면서 생긴 포말이 보였습니다. 저를 찾아오는 분들이 있으면 동해의 고래가 저기 있다고, 저기서 숨을 쉬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깜빡 속았습니다. 그냥 바다인데 파도가 부딪칠 곳이 아닌데도 생긴 포말에 속은 것입니다.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위가 숨어 있어서 그랬던 것인데 사람들은 제 거짓말에 속았습니다. 바다는 어떤 때는 두려움으로 다가오다가 순간 감정을 바꿉니다. 그 바다를 지켜보았던 그 시절이 그리웠습니다. 고래가 다니던 해운대의 앞바다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시인은 고래라는 말속에 어머니를..

매일 에세이 2023.12.19

남자가 된다는 것(TO BE A MAN). 니콜 크라우스 소설. 민은영 옮김 3

나는 잠들었지만 내 심장은 깨어있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세 살 때 어머니가 죽은 후 아버지와 딸은 더 이상 죽음을 상대하지 말자고 합의했지만, 아무런 경고도 없이 아버지가 합의를 깼습니다. 합의가 깨진 후의 수습은 딸의 몫입니다. 딸은 텔아비브에 있는 아파트의 열쇠를 받습니다. 그런 것이 있을 것으로 상상도 못 했던 아버지가 살았던 아파트의 열쇠였습니다. 딸은 아버지가 살았던 아파트에서 지내기로 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젊은 시절을 보냅니다. 젊은 시절, 거칠 것이 없었던 세월을 살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해 낼 수 있다며 자신했습니다. 꿈을 찾고 실현하는 숨 가쁜 시간 속에서도 뮤즈를 찾았고 결혼을 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로운 듯했습니다. 하..

매일 에세이 2023.10.22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 윤종은 지음. 애플북스 간행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 윤종은 지음. 애플북스 간행 요즘은 정보가 넘치죠. 무언가 궁금하면 검색만 하면 됩니다. 텍스트로도 가능하고 그림파일도 있고, 동영상으로도 가능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 어떤 직업이 좋고 어떻게 살면 좋은 지 등등 여기저기 정보가 가득합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문제이긴 합니다만 유심히 보면 유익한 정보를 건질 수 있는 세상입니다. 50년 전 제가 중학교를 다닐 때, 반에서 2등을 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같이 시험공부를 하는 데, 그 친구가 하는 열성보다 저의 열정이 더 치열하고 적극적이며 간절한데도 저의 성적은 늘 그 친구보다 한 두 단계 떨어졌습니다. 반복하여 많은 문제를 풀다 거의 외워버린 저의 경우와 ..

매일 에세이 2022.11.02

오늘의 묵상 : 혀를 제어하라(야고보서 3:1-12)

오늘의 묵상 : 혀를 제어하라(야고보서 3:1-12)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혀는 우리 지체 중에서 온 몸을 더럽히고 삶의 수레바퀴를 불사르나니 그 사르는 것이 지옥 불에서 나느니라(야고보서 3:6) 기도를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나의 갈망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기도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나오는 ‘하나님 아버지’에서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주저합니다. ‘하나님’이 걸리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걸린다는 말입니다. 왜 그런지 생각합니다. 우리가 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저의 아버지도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힘들어하셨습니다. 열심히 사시지만 생활이 넉넉해지는 것은 속도가 늦었습니다. 고등학교 입학을 결정할 때 아버지는 대학 학비를 미리 걱정한 듯,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할 것을 권유하였고, ..

오늘의 묵상 : 르무엘 왕의 잠언(잠언 31:1-9)

오늘의 묵상 : 르무엘 왕의 잠언(잠언 31:1-9) 오늘 새벽기도회의 제목은 ‘하나님께 속한 자로 살아가는 지혜’입니다. 매일성경의 제목은 ‘르무엘 왕의 잠언’입니다. 제가 제목을 뽑으려면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하렵니다. 르무엘 왕의 어머니가 아들 르무엘 왕을 훈계한 잠언입니다. 르무엘 왕이 말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매일성경의 제목은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습니다. 수요예배 이주헌 목사님의 제목은 르무엘 왕이 하나님께 속한 자로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그의 어머니가 주시는 것이기에 제 마음에 좋습니다. 그러나 제가 묵상하려는 것은 그 부분들이 아닙니다. 어머니, 또는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맹목적이며 열심인가를 묵상하려는 것입니다. 르무엘 왕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잠언의 내용을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문상(問喪)

문상 아버지가 떠올랐다. 73살의 아쉬운 나이에 세상을 달리하셨다. 중환자실 침상에서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고통스러웠을 아버지가 기억났다. 의식이 있는지를 의사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곧 돌아가실 것이라고 의사는 확진했다. 나는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냥 운명하실 아버지와 이별을 결심했다. 아내는 반대했다. “아버지” 내가 부르는 소리에 어떤 반응도 없다. “이제 몸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않는답니다. 수액을 끊으면 바로 돌아가신다고 해서 끊지도 못해 몸피가 불어났습니다. 아마 다시 건강을 찾지는 못하실 것 같습니다. 우리를 키우고 보호하시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맘 편히 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세상에 남은 걱정은 하나도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남은 걱정이 ..

매일 에세이 2018.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