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 윤종은 지음. 애플북스 간행
요즘은 정보가 넘치죠. 무언가 궁금하면 검색만 하면 됩니다. 텍스트로도 가능하고 그림파일도 있고, 동영상으로도 가능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 어떤 직업이 좋고 어떻게 살면 좋은 지 등등 여기저기 정보가 가득합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문제이긴 합니다만 유심히 보면 유익한 정보를 건질 수 있는 세상입니다.
50년 전 제가 중학교를 다닐 때, 반에서 2등을 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같이 시험공부를 하는 데, 그 친구가 하는 열성보다 저의 열정이 더 치열하고 적극적이며 간절한데도 저의 성적은 늘 그 친구보다 한 두 단계 떨어졌습니다. 반복하여 많은 문제를 풀다 거의 외워버린 저의 경우와 달리 그 친구는 수학 문제의 해법이 왜 그래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였습니다. 저는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이 공식, 저 공식 대입을 하다 익숙한 답이 나오면 문제가 풀렸다고 짐작하는데, 그 친구는 이 문제는 무엇을 물어보는 것인데 그렇다면… 하면서 문제를 푸는 것이었습니다.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차이의 이유는 그의 아버지라는 것을 뒤에 알았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물리학 박사였습니다. 공업이라는 과목을 배우면서 트랜지스터 라디오의 회로판을 배우는데, 우리는 내용도 모르면서 외우는 것을 그 친구는 직접 조립을 하면서 라디오를 만들었고, 라디오 속 부품의 기능을 알고 있음에 깜짝 놀랐습니다. 수학이든 공업이든(영어도 마찬가지겠지요?) 모두 아버지와 함께 한 덕이라는 것을 그의 친한 친구를 통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멘토의 중요성을 그때 알았습니다.
윤정은의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라는 글모음을 읽게 된 것은 젊은이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해결하며 살고 있는지 엿보려는 의도가 저에게 있었을 것입니다. 저도 스물여덟과 서른다섯 살의 딸 둘을 데리고 있지만 가치관이 맞지 않아 대화하기에 많이 힘듭니다. 제가 중학교 때 부러워했던 친구의 아버지처럼 제 자식들의 멘토로서의 아버지가 되기를 그렇게도 희망했지만 가치관이 다른 사람끼리는 멘토는 언감생심 바라지도 못할 일이며 대화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꿨습니다. 아마도 작가 또래의 젊은이나 후배들은 작가의 이 글을 읽고 마음에 위안도 얻고, 자문도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할까 말까 망설여진다면 무조건 ‘할까’의 편에 서자’(53쪽)
‘살아간다는 건 해야 할 연습투성이구나’(56쪽)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모두에게 인정받으려는 마음도 내려놓으면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그게 말처럼 쉽게 되냐고 어이없어하겠지만 경험해보니 딱히 안 될 것도 없었다.’(71쪽)
저자의 경험이 보일 때마다 나의 젊은 시절이 자꾸 생각이 났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나의 멘토는 아니었다고 생각했고, 선배들이 하는 충고는 제가 처한 환경과 맞지 않다고 한쪽으로 치워 버렸습니다. 결국 저는 올바른 선생 하나 없이 홀로 산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을 알았습니다. 늦게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지만 거울을 보니 머리숱은 빠지고 팽팽한 얼굴에는 얽힌 듯 주름이 많이 잡혔습니다.
저자는 6장으로 나눠 자신의 경험을 나눕니다. 선의를 가지고 쓴 글이겠지만, 독자는 저자의 글에 대하여 여러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독자 여러분들의 삶이 자유롭길 바랍니다. 저는 이제야 제 삶에서 자유를 얻기를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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